[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성공의 상징’이자 국민차로 불리던 그랜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2월 국산차 판매량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자의 선택은 실용성과 경제성을 앞세운 RV와 SUV로 완벽하게 이동했다. 세단이 주도하던 자동차 시장의 권력이 다목적 차량으로 완전히 넘어간 형국이다.
“대세는 하이브리드”… 쏘렌토, 부동의 1위 질주

기아 쏘렌토는 2월 한 달간 약 8,200대 수준의 판매고를 올리며 국산차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경쟁 모델들의 추격을 여유롭게 따돌리며 내수 시장 왕좌를 수성한 모습이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세련된 디자인이 세대를 아우르는 지속적인 선택을 이끌어냈다.
쏘렌토의 독주 비결은 단순한 차체 크기를 넘어선 파워트레인의 변화에 있다. 특히 전체 판매량의 70% 이상을 하이브리드(HEV) 모델이 차지하며 눈부신 실적을 견인했다.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캐즘’ 현상 속에서, 연비와 친환경성을 모두 충족하는 완벽한 대안으로 안착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도 하이브리드의 인기에 불을 지폈다. 과거 디젤 엔진 위주였던 중형 SUV 시장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낸 사례로 평가받는다. 유지비 절감과 정숙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패밀리카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스포티지·카니발 쌍끌이… 기아 ‘RV 삼각편대’의 위력

쏘렌토의 뒤를 이어 기아 스포티지가 약 6,200대 팔리며 2위에 올랐다. 준중형 차급임에도 중형에 버금가는 실내 거주성을 확보한 것이 흥행에 주효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증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준중형 SUV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 중이다.
3위를 차지한 기아 카니발 역시 약 5,500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뽐냈다. 다자녀 가정은 물론, 차박 등 야외 활동을 즐기는 1~2인 가구까지 수요층을 폭넓게 흡수했다. 국내 시장에서 마땅한 경쟁 모델이 없는 ‘대체 불가한 미니밴’의 위상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이로써 기아는 2월 판매 상위 1위부터 3위까지를 모두 자사 RV 라인업으로 채우는 기염을 토했다. 세단에서 다목적 차량으로 이동하는 시장의 거대한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다. 촘촘하게 짜인 기아의 ‘RV 삼각편대’가 국내 내수 시장을 완벽하게 장악한 셈이다.
체면 구긴 ‘국민차’… 그랜저·아반떼의 고군분투

반면 전통의 강자였던 세단 라인업은 SUV의 거센 돌풍에 밀려 다소 주춤한 모습이다. 한때 성공의 상징이자 국민차로 불리던 현대차 그랜저는 약 4,800대의 판매량으로 4위에 머물렀다. 비록 전체 순위는 하락했으나, 세단 모델 중에서는 여전히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5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차 아반떼는 약 4,500대가 팔려나갔다. 합리적인 가격과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2030 세대와 첫 차 구매자들의 변함없는 지지를 얻고 있다. 세단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와중에도 스테디셀러로서의 굳건한 저력을 보여줬다.
현대차의 두 대표 모델은 시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힘겨운 방어전을 치르고 있다. 공간 활용성 면에서는 SUV에 밀리지만, 승차감과 정숙성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세단 수요층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 고정 수요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가 향후 세단 시장의 가장 큰 과제로 남았다.

2월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 상위권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넓은 공간’과 ‘친환경’이다. 실용적인 SUV 차체에 연료 효율이 높은 하이브리드 엔진을 결합한 모델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이 같은 하이브리드 SUV 중심의 소비 트렌드는 올해 자동차 시장의 메인 스트림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