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국내 패밀리카와 의전용 차량 시장은 오랜 기간 카니발과 스타리아가 양분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 견고한 시장에 균열을 낼 만한 5천만 원대 중국산 전기 MPV가 등장해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바로 ‘움직이는 거실’을 표방하며 파격적인 공간 혁신을 선보인 지커(Zeekr)의 ‘믹스(MIX)’가 그 주인공이다.
B필러가 사라졌다, 도로 위를 달리는 거실

지커 믹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미니밴의 상식을 깨부순 파격적인 도어 구조다. 조수석 측 B필러를 과감하게 삭제하고 스윙-아웃 방식의 앞문과 슬라이딩 뒷문을 적용해 무려 1.48m에 달하는 개방 폭을 자랑한다. 차에 탑승한다기보다는 탁 트인 거실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1열 좌석을 270도 회전시켜 2열 승객과 마주 볼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했다. 앞뒤로 2m가량 움직이는 레일형 가변 센터 콘솔은 간이 테이블이나 냉장고로 활용할 수 있다. 차체 길이는 준중형급이지만, 실내 공간은 대형 미니밴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스웨덴에서 온 뼈대, 볼보의 안전 철학을 품다

중국산 자동차를 향한 국내 소비자의 가장 큰 우려는 단연 안전성이다. 하지만 지커 믹스는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CEVT에서 개발한 SEA-M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볼보의 안전 철학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볼보 전기차 EX30과 뿌리를 같이하는 플랫폼으로, 기본기부터 남다르다는 평가다.
눈에 보이는 B필러를 없앴음에도 충돌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문 안쪽에 2,000MPa급 초고장력 강판으로 제작된 기둥을 숨겨두었다. 지커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팀은 볼보 본사에 상주하며 엄격한 안전 테스트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았다. 볼보의 기술력이 결합된 만큼 안전에 대한 타협은 찾아볼 수 없다.
경차급 회전 반경과 800V 충전, 스펙도 ‘괴물’

지커 믹스는 복잡한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기동성을 갖췄다. 특수 조향 설계가 적용되어 회전 반경이 4.95m에 불과하며, 이는 좁은 골목길이나 주차장이 많은 한국의 도로 환경에서 엄청난 강점으로 작용한다. 후륜에 탑재된 단일 모터는 최고출력 422마력을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8초 만에 도달한다.
배터리 및 충전 시스템 역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102kWh 용량의 기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중국 CLTC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702km를 주행할 수 있다. 또한 800V 고전압 아키텍처를 적용해 단 10.5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어 전기차 특유의 충전 스트레스를 크게 줄였다.
한국 도로 점령 초읽기, 카니발의 진정한 적수 될까

지커는 2026년 상반기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하며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국내 도로 곳곳에서 지커 믹스의 주행 테스트 차량이 잇따라 포착되면서 출시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독특한 도어 구조로 인한 국내 안전 기준 통과가 관건이지만, 이르면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 정식 도입이 유력하다.
현지 가격 기준 약 5,200만 원에서 5,60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대는 큰 경쟁력이다. 보조금이 적용될 경우 기아 카니발 하이브리드나 향후 출시될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기아 PV5와 치열한 가격 경쟁이 예상된다. 뻔한 미니밴 디자인에 피로감을 느끼는 수요층을 빠르게 흡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커 믹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자동차를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재정의한 모델이다. 볼보의 안전성과 폭발적인 성능, 그리고 공간의 혁신을 모두 담아낸 이 5천만 원대 MPV가 국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새로운 패밀리카의 기준을 제시할 지커 믹스의 국내 상륙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