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오는 2월 5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의 공기는 여느 때보다 무거울 전망이다. 영하의 날씨를 녹일 만큼 뜨거운 엔진 열기와 전기 모터의 정적 흐르는 긴장감이 공존하는 탓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가 주관하는 ‘2026 대한민국 올해의 차(K-COTY)’ 최종 실차 평가가 이곳에서 열린다.
올해의 대결은 그야말로 ‘이종격투기’를 방불케 한다. 지난 1월 19일 발표된 10개 브랜드 18대의 최종 후보 명단은 현재 자동차 시장이 얼마나 치열한 과도기를 겪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국산차와 수입차, 내연기관과 전기차(EV), 그리고 세단과 SUV를 넘어선 새로운 장르의 차들이 ‘올해의 차’라는 단 하나의 왕관을 놓고 격돌한다. 단순한 성능 대결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이 충돌하는 현장이다.
장르의 파괴, 타스만과 아이오닉 9의 정면승부

가장 눈길을 끄는 대진표는 단연 기아 타스만과 현대 아이오닉 9의 맞대결이다. 두 차종 모두 각 브랜드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플래그십 모델이지만 지향점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기아 타스만은 국내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았던 정통 픽업트럭의 영역을 개척했다. 오토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모닥불을 피우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긴다면 타스만의 적재 공간과 험로 주파 능력은 대체 불가능한 매력이다. 단순한 화물차가 아닌 레저 문화를 견인하는 아이콘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반면 현대 아이오닉 9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바탕으로 한 대형 SUV다. 바닥이 평평한 전기차의 특성을 살려 실내를 광활한 라운지처럼 꾸몄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장거리를 이동할 때 가족 모두가 1열과 2열에서 안락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은 아이오닉 9만의 강력한 무기다. 흙먼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지배하려는 타스만과 소음 없는 도심의 안락함을 제공하려는 아이오닉 9. 심사위원들이 ‘모험’과 ‘휴식’ 중 어느 가치에 더 높은 점수를 줄지가 관전 포인트다.
국산 고성능의 반란, 헤리티지에 도전하다

‘올해의 퍼포먼스’ 부문은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다. 전통의 강호인 BMW M5와 메르세데스-AMG GT, 아우디 더 뉴 RS e-트론 GT가 버티고 있는 링 위에 현대 아이오닉 6 N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거 국산차는 감히 넘볼 수 없었던 고성능 영역이다. 하지만 전동화 시대가 열리며 판도는 바뀌었다. 아이오닉 6 N은 내연기관 차가 주는 변속 충격과 배기음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며 ‘운전의 재미’를 재정의했다.
수입차 진영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BMW M5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출력과 효율을 동시에 잡았고, AMG GT는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배기음으로 내연기관의 로망을 자극한다. 아이오닉 6 N이 보여주는 디지털 기술의 정교함이 유럽 브랜드가 수십 년간 쌓아온 모터스포츠의 헤리티지를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킷 위에서 기록되는 랩타임 0.1초의 차이보다, 운전자의 심장을 얼마나 더 빠르게 뛰게 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정의를 다시 쓰다, PV5와 무쏘 EV

이번 심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흐름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의 등장이다. 기아 PV5는 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용도에 따라 변신하는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필요에 따라 화물 운송용 밴이 되기도 하고, 승객을 위한 셔틀이 되기도 한다. 이는 마치 레고 블록처럼 사용자의 필요에 맞춰 형태를 바꾸는 혁신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사무실이나 이동형 카페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준다.
여기에 KG 모빌리티의 무쏘 EV는 과거의 향수와 미래의 기술을 결합했다. ‘무쏘’라는 이름이 주는 강인한 이미지에 전기 파워트레인을 얹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2월 25일 혹은 26일, 서울 반포 세빛섬에서 열릴 시상식에서 어떤 차가 웃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이번 K-COTY가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한국 자동차 산업이 얼마나 다채롭고 성숙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