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20대 청년층이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여파로 전체 중고차 거래 대수는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유독 20대 소비자의 구매량만 급증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사회 초년생의 첫차 대명사로 불리던 준중형 세단 대신, 이른바 ‘아빠차’로 불리는 구형 준대형 세단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연식보다는 차급과 풍부한 옵션을 중시하는 새로운 실용주의 소비 트렌드가 중고차 시장의 지형도를 바꾸는 중이다.
쪼그라든 시장, 유독 20대만 지갑 열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7월 20대가 사들인 중고 승용차는 12만 7,277대다. 이는 전년 동기(9만 5,650대) 대비 33.1%나 급증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이 구매한 전체 중고 승용차는 103만 8,449대로 3.2% 감소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대를 제외한 모든 세대에서 거래량이 줄었다. 30대부터 50대까지는 3~6%대 감소폭을 보였고, 60대 이상은 두 자릿수 하락세를 기록했다. 그 결과 개인 중고차 시장 내 20대 비중은 지난해 8.9%에서 올해 12.3%로 크게 뛰었다.
‘카플레이션’이 빚어낸 씁쓸한 나비효과

20대가 중고차 시장으로 몰리는 가장 큰 원인은 가파르게 치솟은 신차 가격이다. 이른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해 사회 초년생이 감당할 수 있는 저렴한 신차 라인업이 대거 축소됐다. 과거 첫차 수요를 흡수하던 소형차들의 단종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살아남은 소형 및 준중형 모델들 역시 세대교체와 상품성 강화를 거치며 기본 가격이 크게 올랐다. 결국 높아진 신차 할부금에 부담을 느낀 청년층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표를 단 중고차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아반떼 건재함 속 빛난 ‘그랜저 HG’의 질주

20대의 구매 모델을 살펴보면 여전히 아반떼 시리즈의 굳건한 입지가 확인된다. 아반떼 CN7과 AD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0.2%, 10.3% 늘어나며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스파크, 모닝 등 경차 역시 30%가 넘는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HG의 폭발적인 증가세다. 20대의 그랜저 HG 구매량은 1,609대에서 2,617대로 62.6%나 폭증하며 단일 모델 기준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20대 구매 비중 순위 역시 기존 6위에서 5위로 한 단계 상승했다.
신형 아반떼 살 돈이면 ‘가성비 그랜저’ 탄다

이 같은 ‘차급 올리기’ 현상의 이면에는 중고차 특유의 감가상각이 자리 잡고 있다. 케이카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준대형 그랜저 IG의 평균 시세는 1,383만 원으로 형성됐다. 이는 체급이 낮은 준중형 아반떼 CN7(1,479만 원)보다 오히려 96만 원 저렴한 금액이다.
특히 20대가 많이 찾는 그랜저 HG는 IG보다 한 세대 앞선 2011~2016년식 모델로 진입 장벽이 훨씬 낮다. 연식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대형 세단의 넓은 실내 공간과 승차감, 풍부한 편의사양을 누리겠다는 청년층의 계산이 깔려 있는 결과로 풀이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감가가 크게 진행된 연식 있는 대형 세단을 선택하는 것은 20대에게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10년 가까이 된 노후 대형차의 경우 보증 수리 기간이 끝나 엔진이나 미션 등에서 예상치 못한 큰 정비 비용이 발생한다는 사례가 오너 커뮤니티 등에서 다수 확인된다. 따라서 눈앞의 차량 가격만 보기보다는, 중고차의 전반적인 상태와 월 유지비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구매를 결정하는 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