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전기차와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도로를 점령한 시대다. 효율이라는 명분 아래 4기통 엔진이 표준이 되었지만, 여전히 다기통 엔진 특유의 부드러운 회전 질감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신차 가격 7,000만 원을 상회하던 프리미엄 SUV를 고작 1,600만 원대에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캐딜락 XT5는 한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항마로 꼽혔던 모델이다. 미국산 SUV 특유의 듬직한 체구와 고급스러운 실내 소재를 갖췄음에도 잔인한 감가율 덕분에 현재는 사회초년생의 첫 차 가격으로 내려앉았다. 누군가에게는 외면받는 비주류의 선택일지 모르나, 실속을 따지는 이들에게는 이보다 매력적인 선택지를 찾기 어렵다.

XT5의 심장은 3.6리터 V6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다. 최고출력 314마력을 뿜어내는 이 엔진은 최근의 터보 엔진처럼 경쾌하게 튀어 나가지는 않지만, 시속 100km를 넘어서는 구간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밀어붙이는 뒷심이 일품이다. 자연흡기 엔진 특유의 선형적인 가속감은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이는 가족을 태우는 패밀리 SUV로서 큰 미덕으로 작용한다.
차체 크기는 전장 4,815mm로 현대 싼타페와 팰리세이드 사이를 절묘하게 파고든다. 수치보다 눈에 띄는 건 실내를 구성하는 소재의 질감이다. 리얼 우드와 가죽을 아낌없이 사용한 인테리어는 시간이 흘러도 쉽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증명한다. 특히 고속 주행 시 노면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과 단단한 차체 강성에서 오는 주행 질감은 왜 이 차가 프리미엄 타이틀을 달고 출시되었는지를 단번에 이해시킨다.

이토록 훌륭한 스펙을 가진 차가 왜 준중형 가격대까지 떨어졌을까. 가장 큰 원인은 브랜드 인지도와 유지비에 대한 막연한 공포다. 국내 시장에서 캐딜락은 독일 3사에 밀려 만년 비주류에 머물렀고, 이는 중고차 시장에서의 수요 부족과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미국차는 기름을 길바닥에 뿌리고 다닌다’는 고정관념 역시 감가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다.
실제로 복합연비는 8km/L 수준으로 극악은 아니지만, 유가가 요동칠 때마다 차주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또한 수입차 특유의 비싼 부품 가격과 정비 편의성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수도권을 벗어나면 공식 서비스센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장벽이 된다. 결국, XT5의 저렴한 가격표에는 이러한 유지 단계에서의 불편함이 선반영되어 있다.

중고 XT5를 고려 중이라면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곳은 변속기다. 2017년부터 2019년식 모델에 탑재된 8단 자동변속기는 간혹 변속 충격이나 울컥거림 현상이 보고되곤 한다. 시승 시 저단에서 고단으로 넘어갈 때 이질감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전 차주가 미션 오일을 제때 교환했는지 기록을 살피는 것이 필수다.
유지비 측면에서도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 3,600cc의 배기량은 자동차세 부담을 높이고, 보험료 또한 국산차 대비 높게 책정된다. 단순히 차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접근했다가는 매달 나가는 고정 비용에 당황할 수 있다. 소모품류는 직구를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손재주’가 있거나, 믿을만한 사설 업체 리스트를 확보한 상태에서 영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캐딜락 XT5는 양날의 검이다. 1,000만 원대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안락함과 안전성을 제공하지만, 그 대가로 높은 유지비와 정비의 번거로움을 요구한다. 남들의 시선보다 나와 내 가족이 체감하는 주행의 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이 차는 축복 같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하거나 감가에 예민한 편이라면 정중히 사양하는 것이 맞다. XT5는 높은 연비나 화려한 최신 기능을 따지기보다, 6기통 엔진의 정숙함과 고급 가죽 소재가 주는 안락한 휴식을 우선시하는 이들에게 최적화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한 번쯤 V6 엔진의 매끄러움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지금의 가격표는 당신의 용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