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7천만 원대 예산을 쥐고 제네시스 G80 신차 계약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잠시 펜을 내려놓을 때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한 역대급 중고차 매물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불과 3년 전 1억 4천만 원을 호가하던 메르세데스-벤츠의 플래그십 전기 세단이 정확히 반값으로 떨어져 시장에 나왔다.
1억 4천만 원의 위용, 6천만 원대로 추락하다

중고차 시장에 등록된 벤츠 EQS 350(V297) 모델의 감가상각이 충격적인 수준이다. 2022년 9월식 기준 누적 주행거리가 13,545km에 불과한 사실상 신차급 매물이 6천만 원대 중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엔진 길들이기도 채 끝나지 않은 셈인 1만 km대 주행거리를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표다.
2022년 당시 EQS 350의 공식 신차 출고가는 1억 3,890만 원에 달했다. 취등록세를 포함하면 1억 5천만 원에 육박했던 최고급 세단이 불과 3년 만에 제네시스 G80 2.5 가솔린 중간 트림 가격 수준으로 곤두박질친 셈이다. 차값의 절반인 7천만 원 이상이 허공으로 증발해 버렸다.
G80 살 돈으로 손에 쥐는 삼각별 플래그십

6천만 원대 예산은 국산 프리미엄 세단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평균적인 마지노선이다. 제네시스 G80에 적당한 옵션을 타협해서 넣을 바엔, 벤츠의 최상위 라인업이 주는 압도적인 하차감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은 브랜드를 막론하고 플래그십을 따라올 수 없다.
EQS는 내연기관 S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으로, 5.2미터가 넘는 전장과 3.2미터의 휠베이스가 뿜어내는 웅장함은 동급 최고 수준이다. 실내 역시 벤츠 특유의 최고급 소재와 미래지향적인 앰비언트 라이트가 어우러져 국산차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럭셔리한 거주성을 제공한다.
전기차 한파가 빚어낸 뜻밖의 가성비

이토록 극단적인 가격 하락의 원인은 전기차 수요 정체기인 캐즘 현상과 대형 세단 특유의 가파른 감가율이 정면으로 충돌했기 때문이다. 신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일시적으로 주춤해지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전기차일수록 중고 시장에서의 가격 방어에 철저히 실패했다.
첫 차주에게는 피눈물이 나는 뼈아픈 손실이지만, 역설적으로 지금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대기 수요자에게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신차 출고 직후 가장 감가가 심하게 일어나는 ‘마의 구간’을 이미 지나온 만큼, 추후 재매각 시 가격 방어 측면에서도 신차 구매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1만 km대 민트급, 넉넉한 보증으로 유지비 방어

이번에 포착된 매물처럼 주행거리가 1만 km대인 차량은 배터리와 모터 구동계의 피로도가 극히 낮아 신차 컨디션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벤츠의 넉넉한 고전압 배터리 보증 기간(최대 10년/25만km)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수입차 특유의 보증 만료 후 수리비 폭탄 걱정을 덜어준다.
대형 내연기관 세단의 엄청난 유류비와 소모품 교체 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은 더욱 극대화된다. 취등록세 감면 혜택과 저렴한 충전 요금, 저렴한 자동차세 등 친환경차의 이점까지 모두 챙기면 실질적인 월 유지비는 중형 세단 수준에 불과하다.

거주지나 직장에 완속 충전기 1대만 확실히 확보되어 있다면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다. 7천만 원대 제네시스 신차 출고를 기다리며 옵션표를 두고 고민하는 대신, 지금 당장 중고차 플랫폼을 열어 6천만 원대 벤츠 EQS의 운전석에 앉을 기회를 잡아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