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장벽은 단연 가격이다. 배터리 가격 탓에 내연기관차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중국 BYD가 내놓은 소형 전기 SUV ‘아토 2(중국명 위안 업)’는 이 공식을 보란 듯이 깼다. 시작가는 1,450만 원대. 국내 경차인 캐스퍼나 레이의 풀옵션 가격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이 가격은 보조금을 포함한 실구매가가 아니다. 순수 차량 가격이 1,000만 원대 중반에서 시작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기차가 더 이상 ‘얼리어답터의 비싼 장난감’이 아니라, 사회초년생이나 세컨드카를 찾는 일반 대중의 선택지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가격표만으로도 시장의 판도를 흔들기에 충분한 파괴력이다.
가격 파괴의 비결, 플랫폼에 답이 있다

1,450만 원이라는 가격표를 보면 “싼 게 비지떡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토 2의 뼈대는 BYD의 최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플랫폼 3.0’이다. 저렴한 내연기관 차체를 개조해 만든 1세대 전기차들과 달리, 처음부터 배터리와 모터의 최적화를 고려해 설계됐다. 공정을 단순화하고 부품을 모듈화하여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가격 경쟁력의 핵심이다.
체급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이나 기아 니로 EV와 비슷한 소형 SUV다. 전장 4,310mm, 전폭 1,830mm로 도심에서 운전하기 딱 좋은 크기다. 경차 가격에 소형 SUV의 덩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단순히 싼 차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원가 구조 자체를 혁신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국내 출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이 모델이 국내에 들어와 보조금을 100% 적용받는다면 1,000만 원 초반대, 혹은 그 이하의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경차나 소형차 시장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강력한 가격 압박이 될 것이다.
310km 주행거리, 도심에서는 ‘충분’

기본 트림에 탑재된 32kWh 블레이드 배터리는 1회 충전 시 301~310km(중국 CLTC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장거리 여행용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관점을 ‘도심형 데일리카’로 좁히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하루 왕복 40km 출퇴근을 가정했을 때, 일주일에 한 번만 충전해도 거뜬한 수준이다. 굳이 비싼 대용량 배터리를 싣고 다니며 효율을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는 실용주의가 반영됐다.
배터리 효율뿐만 아니라 충전 속도 역시 준수하다. 3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분이다.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시간이면 충분히 충전이 완료된다. 초급속 충전은 아니지만, 생활 동선 안에서 불편함 없이 운용할 수 있는 속도다.
핵심은 BYD가 자랑하는 LFP(리튬인산철) 기반의 ‘블레이드 배터리’다.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화재 안전성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가성비’ 모델임에도 배터리 내구성이나 안전성 면에서는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 신뢰를 더한다. 310km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경제성과 실용성 사이에서 찾은 최적의 균형점이다.
‘소형’의 한계를 넘은 실내 구성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휠베이스는 2,620mm다. 수치상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 덕분에 바닥이 평평해 체감 공간은 훨씬 여유롭다. 센터 터널이 없어 뒷좌석 승객의 발 공간이 넉넉하고, 2열 시트를 접으면 평탄화가 가능해 차박이나 많은 짐을 싣기에도 무리가 없다. 소형 SUV가 가져야 할 공간 활용성의 미덕을 충실히 지켰다.
저렴한 차라고 해서 옵션이 빈약할 것이라는 편견도 깼다. 실내 중앙에는 BYD 특유의 12.8인치 회전형 디스플레이가 자리 잡고 있다. 태블릿 PC처럼 가로, 세로로 돌려 쓸 수 있어 내비게이션이나 영상 콘텐츠를 즐기기에 최적화됐다. 운전석 앞에는 8.8인치 디지털 계기판이 적용되어 주행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한다.
마감 소재 역시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플라스틱으로 도배된 저가형 느낌을 지우기 위해 인조 가죽과 크리스털 기어 노브 등을 적용해 시각적인 만족도를 높였다. 1,400만 원대 차량에서 기대하기 힘든 사양들이다. ‘싼 차는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상품성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BYD 아토 2는 전기차 시장에 “가격 거품을 걷어내면 어디까지 저렴해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물론 아토 2의 국내 출시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 차가 보여준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은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대차나 기아 같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이자, 소비자들에게는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이다. 전기차 대중화의 시계가 아토 2로 인해 조금 더 빨라질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