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9 00:09 (일)

“테슬라 타면 세금 더 내라”… 전 세계가 전기차에 등 돌린 진짜 이유

정지민 에디터 | 2025-12-16
카라이프 약 5분 소요

일본 재무성, 전기차 무게에 따른 '중량세' 도입 검토
글로벌 트렌드로 번지는 '전기차 과세', 한국도 예외 없다
전기차 세금

[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전기차 차주들이 누리던 ‘세금 해방구’가 점차 사라질 조짐이다. 그동안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자동차세와 유류세 등 도로 관련 세금에서 자유로웠다. 하지만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면서 도로 파손과 세수 부족 문제가 불거지자, 각국 정부가 계산기를 다시 두드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칼을 빼 든 곳은 이웃 나라 일본이다. 일본 재무성은 최근 전기차의 무게에 따라 세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EV 중량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더 이상 전기차를 ‘보호해야 할 새싹’이 아닌, ‘도로를 소비하는 무거운 자동차’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무거우면 더 내라, 일본의 ‘중량세’ 계산법

"테슬라 타면 세금 더 내라"... 전 세계가 전기차에 등 돌린 진짜 이유 1
사진 = 온라인 갈무리

일본 정부의 논리는 간단하다. 도로를 달리는 모든 차는 도로 유지 보수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수익자 부담 원칙’이다. 내연기관차는 휘발유세 등을 통해 도로 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전기차는 연료를 쓰지 않아 사실상 무임승차를 해왔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무게가 새로운 과세의 명분이 되었다.

전기차는 배터리 탓에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300~400kg 이상 무겁다. 테슬라 모델 X나 기아 EV9 같은 대형 전기차는 공차중량이 2.5톤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으면 신발 밑창이 빨리 닳듯이, 무거운 전기차가 도로 아스팔트에 더 큰 부담을 주는 것은 물리적인 사실이다. 일본은 이 점을 파고들어 차량 무게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일본 내 전기차 구매 혜택인 ‘에코카 감세’ 기준도 깐깐해질 전망이다. 기존에는 전기차라면 무조건 세금을 깎아줬지만, 이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연비나 효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전기차를 산다고 해서 무조건 세금을 감면받는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일본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청구서’ 발송

"테슬라 타면 세금 더 내라"... 전 세계가 전기차에 등 돌린 진짜 이유 2
사진 = 온라인 갈무리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만의 유별난 정책이 아니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국가들은 이미 ‘포스트 전기차 혜택’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올해 4월부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 ‘도로 이용료(RUC)’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주행거리 1,000km당 일정 금액을 선불로 내게 하여, 휘발유세를 내지 않는 전기차로부터 도로 유지비를 걷겠다는 취지다.

영국 역시 2025년 4월부터 전기차에 대한 자동차세 면제 혜택을 종료한다. 그동안 연간 0원이었던 전기차 자동차세가 내연기관차와 동일한 수준으로 부과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2028년부터는 전기차 주행세 도입까지 예고하며, 부족해진 세수를 메우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미국 또한 여러 주(State)에서 전기차 등록 수수료를 별도로 신설해 부족한 유류세를 보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이라는 1단계 미션이 어느 정도 달성되자, 이제는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2단계 미션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한국의 전기차, 남의 일이 아니다

"테슬라 타면 세금 더 내라"... 전 세계가 전기차에 등 돌린 진짜 이유 3
사진 = 온라인 갈무리

우리나라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자동차세는 여전히 배기량(cc)을 기준으로 부과되어, 고가의 고성능 전기차도 소형차 수준의 세금만 내는 형평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내연기관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도로는 같이 쓰는데 왜 세금은 나만 내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국 지방세연구원 등 전문가 집단에서도 차량 가격이나 무게를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국산 전기차들이 대형화, 고중량화되면서 도로 파손 우려와 함께 과세 개편의 필요성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세수 부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언제까지 전기차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물론 당장 내일부터 세금 폭탄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중량세 검토와 영미권의 과세 전환은 우리에게 명확한 시그널을 보낸다. 전기차를 구매할 때 단순히 ‘충전비가 싸다’는 점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늘어날 수 있는 보유세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전기차는 여전히 유지비 측면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그 매력이 ‘세금 0원’에서 오는 것이라면, 이제는 기대치를 조정해야 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모든 바퀴에는 그에 합당한 가격표가 붙기 마련이고, 전기차에 붙을 가격표도 이제 인쇄에 들어갔다.

정지민 에디터
withwalk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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