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국산 대형 SUV의 가격표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팰리세이드 같은 대표 모델의 경우, 옵션을 더하다 보면 어느새 5천만 원에서 6천만 원을 우습게 넘어선다.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한 가운데, 바다 건너 들려온 소식이 국내 운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풀옵션 하이브리드 대형 SUV를 4,700만 원에 살 수 있다는 GAC 브랜드의 ‘GS8’이 그 주인공이다.
팰리세이드급 덩치, 심장은 ‘토요타 하이브리드’

GS8은 전장 4,980mm, 전폭 1,950mm, 전고 1,780mm에 휠베이스 2,920mm를 갖춘 대형 SUV다. 크기만 놓고 보면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거의 판박이 수준의 웅장한 덩치를 자랑한다. 가장 놀라운 점은 보닛 아래 숨겨진 심장이다. 이 차량은 중국 브랜드 최초로 토요타의 4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THS II)을 탑재해 파워트레인의 신뢰도를 대폭 끌어올렸다.
덕분에 2.0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모터의 결합으로 합산 출력 248마력 이상의 넉넉한 힘을 낸다. 육중한 차체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중국 NEDC 기준 리터당 18.8km에 달한다. 65리터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이론상 1,000km 이상을 주유 없이 달릴 수 있는 압도적인 효율성을 입증했다.
4천만 원대 풀옵션에 담긴 ‘모바일 리빙룸’

단순히 크고 연비만 좋은 것이 아니다. 실내는 이른바 ‘모바일 리빙룸’을 지향하며 화려한 옵션들로 무장했다. 센터패시아에는 14.6인치 대형 스크린이 자리 잡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2열에는 집 안의 소파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셰즈 라운지(Chaise Lounge) 기능까지 적용됐다.
안전 사양도 타협하지 않았다. 레벨 2 수준의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인 ‘GAC 인텔리전트 파일럿’을 완비해 주행 편의성을 더했다. 만약 한국 시장에서 이 정도 스펙과 옵션을 담았다면 6천만 원대 이상을 호가했겠지만, 중국 내수 최고가 트림은 한화 약 4,7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2026년형 글로벌 진출, 해외에서도 통하는 가성비

GS8은 단순한 ‘중국 내수용 가성비’ 모델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중동 지역과 필리핀 등 글로벌 시장에서 2026년형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 2026년형은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ADAS 센서 정밀도를 한층 개선하며 상품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글로벌 시장 판매 가격은 약 4만 3천 달러에서 4만 6천 달러 선으로, 한화 약 5,800만 원에서 6,200만 원 수준이다. 관세와 물류비 등이 붙어 중국 현지보다는 비싸졌지만, 여전히 동급 경쟁 모델인 토요타 하이랜더 대비 뛰어난 가성비와 화려함으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씁쓸한 입맛을 다셔야 하는 한국 소비자들

아쉽게도 GS8이 당장 한국 도로를 달릴 일은 없어 보인다. GAC 브랜드의 한국 정식 진출 계획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4천만 원대에 대형 하이브리드 SUV를 누리는 중국 시장의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과점에 가까운 시장 구조 속에서 선택의 여지 없이 매년 치솟는 신차 가격을 감내해야만 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씁쓸한 입맛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