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국내 준중형 세단의 대명사인 현대차 아반떼의 시작 가격은 어느덧 2,000만 원을 바라보고 있다. 옵션을 조금만 더해도 2,000만 원대 중반을 훌쩍 넘기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웃 나라 중국에서는 한화 약 1,2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단 세단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리자동차(Geely)가 최근 출시한 ‘5세대 엠그란드(Emgrand)’가 그 주인공으로, 단순히 저렴한 중국차라고 치부하기엔 그 제원과 상품성이 예사롭지 않다.

5세대 엠그란드의 가장 큰 무기는 철저한 ‘급 나누기’를 파괴한 압도적인 실내 공간이다. 이 차의 전장은 4,815mm로 아반떼(4,710mm)보다 무려 10cm 이상 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실내 거주성을 좌우하는 전폭인데, 엠그란드의 전폭은 1,885mm로 한 체급 위인 중형 세단 쏘나타(1,860mm)보다도 넓다. 지리자동차의 차세대 글로벌 모듈형 아키텍처인 ‘BMA Evo’ 플랫폼을 적용해 실용 공간 비율을 85.1%까지 끌어올린 결과다.

저렴한 가격 탓에 주행 성능이 떨어질 것이란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1.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 기준 최고 출력 181마력, 최대 토크 290N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9초 만에 도달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진화도 눈에 띄는데, 스마트폰 제조사 메이주(Meizu)와 협업해 개발한 ‘Flyme Auto’ 시스템을 12.3인치 대형 스크린에 이식했다. 덕분에 최신 스마트폰을 조작하는 듯한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과 뛰어난 연결성을 제공한다

엠그란드의 등장은 단순히 가성비 좋은 신차 출현 이상의 뼈아픈 의미를 지닌다. 이는 고부가가치 차량과 프리미엄 브랜드 육성에 집중하며 수익성 극대화에 매몰된 현대차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비춘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고가의 전기차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는 동안, 서민들이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국민차’ 포지션은 공백으로 남았다. 1,000만 원대 초반의 가격으로 이 정도의 패키징을 완성해 내는 중국 브랜드의 무서운 제조 역량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5세대 엠그란드가 당장 국내 도로를 달릴 일은 없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의 부재와 중국차 특유의 브랜드 신뢰도 한계, 전무한 서비스 네트워크 등을 고려할 때 한국 시장 출시는 불가하며 향후 도입 가능성도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저렴한 중국차를 타자”는 것이 아니다. 쏘나타보다 넓은 차를 아반떼보다 훨씬 저렴하게 만들어내는 저들의 매서운 성장을 보며, “왜 우리의 현대차는 더 이상 이런 국민차를 만들지 않는가”에 대한 뼈아픈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