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서울에서 부산까지 2.5회 왕복할 수 있는 주행거리 2,000km. 한국의 경차와 맞먹는 가격 1,700만 원. 지리자동차의 신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제원표에 적힌 숫자다.
처음에는 이 수치들이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강렬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지리자동차가 최근 선보인 갤럭시 L6 EM-i 모델이 공식적으로 제시한 스펙이다. 이 파격적인 숫자가 어떻게 완성되었는지 그 기술적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46.5% 열효율, 주행거리 2000km를 만든 EM-i 시스템

압도적인 주행거리의 핵심은 지리자동차의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EM-i’에 있다. 이 시스템에 탑재된 전용 1.5리터 엔진은 세계 최고 수준인 46.5%의 열효율을 발휘한다. 연료 한 방울에서 극한의 에너지를 뽑아내는 구동 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고도로 최적화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과 전기모터가 결합한다. 배터리 충전 상태와 주행 환경에 따라 엔진 개입을 통제하여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했다. 기술적인 제원표만 놓고 보면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다.
국내 절대강자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맞붙는다면

한국 시장의 대표 하이브리드 세단인 아반떼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시작 가격은 약 2,400만 원대이며, 복합 연비는 리터당 21.1km 수준이다. 반면 갤럭시 L6 EM-i는 한화 약 1,700만 원으로 아반떼보다 확실히 저렴하다.
실내 공간적 여유를 결정짓는 휠베이스 역시 갤럭시 L6가 더 넉넉하게 설계되었다.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 크기와 스펙 면에서는 우위를 점하는 셈이다. 만약 국내에 그대로 출시된다면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선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배터리를 넘어 엔진 기술까지 섭렵한 중국의 굴기

과거 중국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배터리와 단순 전기모터 부문에만 강점이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정교하게 조율해야 하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설계 능력까지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외부 부품을 단순 조립하던 시대를 완전히 벗어났다.
하이브리드는 엔진 구동과 모터 전환 시점의 이질감을 줄이는 소프트웨어 세팅이 핵심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이 영역에서도 상당한 기술적 진보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성비’라는 껍데기 뒤에 숨겨진 기술의 내실화가 생각보다 견고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를 위협하는 가격 파괴 전쟁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 시대를 맞이하여 하이브리드 모델로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토요타 등 글로벌 제조사들에게 하이브리드는 핵심 캐시카우다. 이런 상황에서 BYD와 지리자동차가 주도하는 가격 파괴는 치명적인 위협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하이브리드가 글로벌 수출길에 본격적으로 오르면 기존 가격 방어선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통적인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방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글로벌 제조사들은 상품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대응책 마련에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1,700만 원에 2,000km를 달리는 세단의 출현은 향후 3년 내 벌어질 글로벌 하이브리드 가격 전쟁의 서막과 같다. 이제 ‘싸구려 중국차’라는 옛날 인식만으로 안일하게 대처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쥔 중국차의 공세가 거세지는 만큼, 업계와 소비자 모두 보다 신중한 접근과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