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최근 끝없이 치솟는 국산차 가격에 소비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의 경우 풀옵션을 선택하면 5천만 원대 중후반을 훌쩍 넘긴다.
그런데 이 가격으로 제네시스 G90급의 크기와 하차감을 누릴 수 있는 대형 프리미엄 세단이 존재해 이목을 끈다. 바로 중국 제일기차(FAW) 산하 럭셔리 브랜드 홍치(Hongqi)의 플래그십 세단 ‘H9’이다.
대륙의 롤스로이스, 전장 5.1m의 압도적 존재감

홍치 H9은 전장 5,137mm, 전폭 1,904mm, 휠베이스 3,060mm로 제네시스 G80을 뛰어넘어 G90에 육박하는 거대한 체격을 자랑한다. 전 롤스로이스 디자이너 자일스 테일러가 디자인에 참여해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거대한 수직형 그릴과 투톤 컬러가 뿜어내는 외관의 웅장함은 동급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내 역시 철저히 VIP를 위한 쇼퍼 드리븐(뒷좌석 중심) 형태를 취하고 있다. 뒷좌석에는 안마 기능이 포함된 ‘제로 그래비티’ 시트가 적용되었다. 여기에 향수 디스펜서 등 최고급 의전용 차량에서나 볼 수 있는 편의 사양을 대거 탑재해 프리미엄 세단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에어 서스펜션 품은 V6, 그리고 다가올 전동화

최신 2025~2026년형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기준으로 파워트레인은 두 가지로 운영된다. 252마력을 발휘하는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48V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최고 333마력의 3.0리터 V6 슈퍼차저 엔진이 탑재된다. 특히 상위 트림에 적용된 에어 서스펜션은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승차감을 제공한다.
H9은 2톤에 육박하는 공차중량 탓에 복합 연비는 8~11km/L 수준에 머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의 H9은 내연기관을 탑재한 마지막 세대가 될 전망이다. 2026년 말에서 2027년 초로 예정된 2세대 풀체인지 모델부터는 홍치의 최신 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또는 순수 전기차(BEV)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의전차도 5천만 원대… 한국 ‘럭셔리’는 왜 비쌀까

홍치는 중국 국가주석의 의전차를 전담하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다. 그럼에도 H9의 현지 시작 가격은 약 30만 위안, 한화로 약 5,50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그랜저 상위 트림 가격으로 국가 원수가 타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을 소유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연식 변경이나 부분 변경을 거칠 때마다 수백만 원씩 가격을 올리는 한국 프리미엄 브랜드의 행보와 대조된다. 국내 제조사들은 ‘럭셔리=고가’라는 공식 아래 끊임없이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 물론 규모의 경제 차이는 존재하지만, 럭셔리를 표방하며 가격 인상에만 몰두하는 국내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압도적인 가성비와 상품성에도 불구하고 H9은 당장 한국 도로에서 만나보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는 전기 SUV인 E-HS9 위주로 공식 진출해 있으며, H9 세단은 정식 판매망이 없어 병행 수입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네트워크 부재로 인한 유지보수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향후 이러한 ‘가성비 럭셔리’ 차종들이 국내에 본격 상륙한다면 안방 시장에 안주하는 국산차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