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현대자동차가 전기차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을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확장하겠다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내놨다. 글로벌 전기차 선도 기업들이 순수 전기차(EV) 플랫폼 위주의 자율주행에만 매달리는 사이, 전 파워트레인을 아우르는 독자 노선을 선언한 것이다. 지난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된 자체 개발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아트리아(Atriya)’의 개발 방향성에 주요 외신들 역시 “기존 완성차의 룰을 깨는 과감한 시도”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트리아 AI는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가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주행을 판단하고 제어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방식의 차세대 시스템이다.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뿐 아니라, 내연기관 분야에서는 오히려 한 발 앞서 기술 표준을 제시하겠다는 현대차의 담대한 목표가 담겨 있다.
내연기관 자율주행, 왜 전기차보다 험난할까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은 다수의 센서와 고성능 컴퓨터가 쉴 새 없이 연산을 수행해야 하므로 막대한 전력 소모를 동반한다. 대용량 고전압 배터리를 갖춘 전기차는 시스템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수월하다. 또한, 시스템이 내린 조향 및 가감속 명령을 지연 없이 모터가 즉각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자율주행 구현에 매우 유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내연기관차는 엔진의 폭발 사이클, 변속기의 단수 변화 등 복잡한 기계적 요소를 동시에 제어해야 한다. 전력 공급 능력에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어 고성능 AI 컴퓨터를 구동하는 조건 자체가 전기차보다 훨씬 까다롭다. 자율주행 AI가 경로를 계산하더라도 실제 기계 장치가 이를 오차 없이 부드럽게 구현해 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적 난제다.
반세기 엔진 제어 노하우, AI 한계를 뚫다

현대차는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오랜 파워트레인 제어 경험’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박민우 현대차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는 내연기관의 컨트롤 로직을 세밀하게 최적화해 전기차와의 자율주행 성능 격차를 근본적으로 지워내겠다고 밝혔다. 이는 갓 설립된 신흥 EV 제조사들은 흉내 낼 수 없는, 반세기 가까이 내연기관을 직접 설계하고 튜닝해 온 현대차만의 헤리티지가 있기에 가능한 자신감이다.
실제로 차선 변경 시점이나 속도 조절의 부드러움은 파워트레인 제어 기술력에 크게 좌우된다. 현대차는 하드웨어의 불리함을 수십 년간 축적된 엔진 및 변속기 매핑 데이터를 활용해 상쇄할 계획이다. 전기차 위주로 자율주행을 설계하던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달리, 글로벌 톱 완성차 제조사의 저력을 AI 소프트웨어에 녹여내는 셈이다.
연간 700만 대 데이터 플라이휠과 2029년 청사진

자율주행의 뼈대가 될 인프라 구축과 양산 일정은 확정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말 광주광역시에서 아트리아 AI 실증 테스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주행 데이터 수집에 돌입한다. 2028년에는 통합 컴퓨팅 플랫폼을 적용한 첫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양산 모델을 레벨 2+ 수준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2029년에는 100MW 규모, 5만 장 이상의 GPU를 갖춘 새만금 자체 AI 데이터센터가 본격 가동되며 아트리아 AI의 양산 확대가 시작된다. 연간 700만 대가 넘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차량에서 실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AI가 학습해 다시 배포하는 ‘데이터 플라이휠’ 체계가 이때 완성된다. 이는 막강한 양산차 규모를 무기로 테슬라의 데이터 수집 능력을 빠르게 추격하겠다는 계산이다.
빅테크와 차별화된 독자 노선, 남은 과제는

현대차의 이러한 행보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영리한 승부수다. 모든 소비자가 당장 전기차를 구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고객에게도 최상위 수준의 자율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점유율 확대에 필수적이다. 전기차 라인업만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방대한 글로벌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무기가 된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통합 시스템인 만큼 안정성 확보는 남은 과제다. 최신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적용 차량들에서 간헐적인 센서 통신 오류나 제어 지연 발생 사례가 일부 오너 커뮤니티 등에서 보고되고 있다. 기계적 구조가 복잡한 내연기관에 고도의 AI 제어가 개입하는 만큼, 초기 양산 단계에서는 시스템 충돌을 막기 위한 신중한 검증적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전기차 캐즘 시기를 지나는 현재, 전동화로의 무조건적인 질주 대신 현실적인 파워트레인을 모두 아우르는 현대차의 아트리아 AI 구상은 꽤 현실적인 전략이다. 테슬라 등 글로벌 선두주자들이 전기차에만 집중할 때,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기계공학적 강점을 AI와 결합해 틈새를 창출했다. 아직 기술적 한계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새로운 선택지로서 충분히 기대해볼 만한 행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