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지난달 27일 새만금 행사장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소방청에 무인소방로봇을 기증한 현대차그룹에 감사를 표했다. 이에 정의선 회장은 “당연히 할 일”이라며 화답해 눈길을 끌었다.
최대 800도의 맹렬한 화마 속으로 소방관 대신 뛰어드는 첨단 ‘피지컬 AI’가 본격적인 재난 현장 투입을 알린 순간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소방청에 특수 무인소방로봇 4대를 기증하며 실전 배치를 마쳤다.

이번에 투입된 로봇의 태생은 현대로템이 군용으로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다. 극한의 전장을 누비던 방산 기술이 화재 현장에 최적화된 재난 대응 플랫폼으로 완벽하게 환골탈태했다. 차체 표면에 미세한 물막을 형성하는 자체 분무 시스템을 적용해 외부 온도가 800도까지 치솟아도 내부 장비는 50~60도로 안전하게 유지된다.

직사 및 방사형으로 제어 가능한 방수포는 최대 50m 떨어진 곳까지 물줄기를 뿜어낸다. 특히 짙은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는 농연 환경에서는 AI 기반의 시야 개선 알고리즘이 빛을 발한다. 농연 농도가 85%에 달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17m 거리의 사물을 명확히 식별해 낸다.

기증된 4대의 로봇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과 영남 특수구조대, 경기 화성소방서, 충남소방본부에 각각 분산 배치됐다. 지역마다 다른 화재 유형과 지형적 특성을 반영해 다양한 현장 데이터를 폭넓게 축적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다. 소방관 진입 전 로봇이 먼저 투입되어 내부 위험 요소와 건물 붕괴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전 배치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장비 성능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기증식에서 무인소방로봇의 보급 규모를 향후 100대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머지않아 전국 어느 재난 현장에서나 소방관과 로봇이 한 조를 이뤄 출동하는 풍경이 일상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의 소방 지원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2023년 소방관 회복지원차 10대를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전기차 화재 진압에 특화된 ‘EV 드릴 랜스’ 250대를 전국에 보급한 바 있다. 나아가 오는 6월 개원 예정인 국내 최초의 국립소방병원에도 소방관을 위한 맞춤형 치료 및 재활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최근 10년 동안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소방공무원은 1,800여 명에 이른다. 숭고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로봇의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단순한 이동 수단 제조사를 넘어, 첨단 기술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사람을 살리는 기술’을 실현하는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