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대한민국에서 ‘아빠차’의 정의는 오랫동안 기아 카니발이었다. 학원가나 캠핑장에 줄지어 선 흰색 카니발의 행렬은 흡사 셔틀버스 정류장을 방불케 한다. 하지만 최근 1년 사이, 견고했던 그 아성에 균열이 감지된다. 비록 도로 위엔 여전히 카니발이 많지만, 최근 자동차 동호회나 전시장 상담 건수를 보면 40대 아빠들이 ‘가장 타고 싶어 하는 차(Wannabe)’는 단연 아이오닉 9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카니발이 ‘어쩔 수 없이 타는 차’라면, 아이오닉 9은 ‘아빠도 즐거운 차’이기 때문이다. 출시 초기엔 비싼 가격과 충전 불편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 1년간 실제 오너들이 증명한 만족감은 이 차를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상위 호환’의 영역으로 올려놓았다. 미니밴의 공간은 탐나지만 ‘기사님’ 소리는 듣기 싫었던 아빠들의 로망, 아이오닉 9이 왜 시장의 워너비가 되었는지 팩트로 짚어봤다.
휠베이스 3,130mm, 미니밴을 위협하는 하극상 공간

가장 먼저 눈여겨볼 수치는 실내 거주성을 결정짓는 휠베이스(축간거리)다. 아이오닉 9의 휠베이스는 3,130mm에 달한다. 이는 국산 패밀리카의 대명사인 카니발(3,090mm)보다 오히려 40mm 더 긴 수치다. 겉으로 볼 때는 날렵한 유선형 디자인(Aerosthetic) 덕분에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내로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덕분에 바닥은 평평하고, 엔진룸이 차지하던 공간은 고스란히 탑승객에게 돌아갔다. 덕분에 3열 좌석도 구색 맞추기용이 아니다. 성인이 앉아도 무릎이 닿지 않는 진짜 7인승 공간이 나온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성인 두 명이 여유롭게 누울 수 있는 광활한 차박 공간이 탄생하는데, 이는 별도의 평탄화 작업이 필수인 내연기관 SUV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함이다. 미니밴의 투박함은 싫지만 공간은 포기 못 했던 아빠들에게 정확한 타협점을 제시한 셈이다.
움직이는 라운지, ‘유니버설 아일랜드’와 스위블 시트

아이오닉 9이 카니발과 결정적으로 차별화되는 지점은 ‘공간의 질’이다. 단순히 넓은 것을 넘어, 실내를 거실처럼 쓰게 만든다. 핵심은 최대 190mm까지 후방 이동이 가능한 센터 콘솔, ‘유니버설 아일랜드 2.0’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 좁은 주차장에서 조수석으로 하차하기 편하고, 2열 승객도 콘솔 수납함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옵션으로 선택 가능한 ‘스위블 시트’는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 획기적이다. 2열 시트를 180도 돌려 3열과 마주 보게 하면 차 안은 순식간에 가족 회의실이나 다이닝 룸으로 변한다. 정차 중 아이와 마주 보고 간식을 먹거나, 카시트를 장착할 때 허리를 비틀지 않고 문 쪽으로 시트를 돌려 편하게 아이를 태울 수 있다. 미니밴이 ‘사람을 많이 태우는 차’라면, 아이오닉 9은 ‘사람이 머물고 싶은 차’에 가깝다.
배터리 110.3kWh, 서울-부산 무충전 주파의 자신감

전기 패밀리카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충전 스트레스다. 아이오닉 9은 이 문제를 ‘체급’으로 눌러버렸다. 현대차 승용 라인업 중 가장 큰 110.3kW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했다. 그 결과 1회 충전 시 최대 532km(19인치 휠, 2WD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공조 장치를 켜고 짐을 실은 실주행 환경을 고려해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추가 충전 없이 한 번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충전 속도 역시 준수하다. 350kW급 초고속 충전기를 이용하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채우는 데 약 24분이면 충분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이들 화장실을 챙기고 간식 하나 사 먹는 시간이면 충전이 완료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은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고 이동하고 싶은 부모들에게 내연기관이 줄 수 없는 최고의 스펙이다.

아이오닉 9은 보조금 적용 시 6천만 원대 중반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카니발 풀옵션 가격과 겹치는 구간이다. 유지비와 정숙성, 그리고 ‘버스’가 아닌 ‘라운지’를 소유한다는 만족감까지 고려하면, 40대 아빠들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