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자율주행 기술의 패권을 놓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가 또 한 번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도, 벤츠의 ‘드라이브 파일럿’도 완벽히 해결하지 못했던 ‘사각지대(Blind Spot)’의 공포를 한국의 기술력이 독자적인 방식으로 해결해낸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29일, 초광대역(UWB) 전파를 이용해 차량 주변의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첨단 센싱 기술 ‘비전 펄스(Vision Puls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는 단순히 센서 하나를 더한 수준이 아니다. 기존 자율주행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도로 위 ‘보이지 않는 위험’까지 통제하겠다는 K-모빌리티의 야심 찬 선전포고다.
벽 뒤의 아이까지 찾아낸다… ‘투시’에 가까운 혁신

지금까지의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은 인간의 눈과 유사한 방식이었다. 카메라로 보고, 라이다로 훑었다.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벽 뒤의 도로나, 코너를 돌기 직전의 사각지대는 여전히 ‘공포의 영역’으로 남아있었다. 글로벌 IT 기업들조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으며 고성능 카메라 개발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현대차·기아의 해법은 달랐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는’ UWB 통신 기술에 주목했다. 비전 펄스는 차량에 탑재된 UWB 모듈이 주변 사물과 전파를 주고받으며 위치를 계산한다.
핵심은 전파의 성질이다. 빛과 달리 전파는 회절과 투과가 가능하다. 덕분에 건물 뒤에 숨어있는 자전거나, 주차된 트럭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어린아이의 움직임까지 감지해낸다. 경쟁사들이 ‘더 좋은 눈’을 만들려 애쓸 때, 현대차는 ‘장애물을 뚫고 보는 제3의 감각’을 만들어낸 셈이다.
오차 범위 10cm… 압도적인 ‘K-정밀도’

기술의 완성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비전 펄스의 위치 파악 오차 범위는 불과 10cm 안팎이다. 반경 100m 내에 있는 사물의 위치를 손바닥 들여다보듯 정확하게 찍어낸다는 뜻이다.
악천후 상황에서의 성능은 더욱 놀랍다. 비가 쏟아지거나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99% 이상의 탐지 성능을 유지한다. 카메라 센서가 먹통이 되는 상황에서도 비전 펄스는 살아남는다.
반응 속도 또한 ‘초광대역’이라는 이름값을 한다. 통신 지연 시간은 0.001초에서 0.005초(1~5ms)에 불과하다. 시속 100km로 달리는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실시간으로 위험을 경고하고 제어할 수 있는 속도다. 값비싼 라이다 센서 없이도 기존에 보급된 디지털 키 모듈을 활용해 경제성까지 잡았으니, 기술과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한국형 혁신’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기술은 사람을 향한다”… 부산항에서 유치원까지

현대차·기아의 시선은 단순히 자동차 판매에 머물지 않는다. 이 기술을 사회 안전망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휴머니티’ 비전을 제시했다. 실제로 기아는 내년부터 화성 PBV 공장 라인에, 현대차는 부산항만공사와 협력해 항만 터미널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 거대한 컨테이너와 지게차가 오가는 산업 현장에서 작업자의 안전을 지키는 ‘디지털 수호신’ 역할을 하게 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들을 위한 배려다. 공개된 영상에서는 유치원 가방에 달린 귀여운 키링이 UWB 모듈 역할을 수행한다. 통학 버스가 다가오거나 사각지대에 아이가 있을 때 차량이 스스로 멈춘다.

“테슬라가 기술을 과시할 때, 현대차는 사람을 보호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비전 펄스는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그룹의 철학이 담긴 결과물”이라며 “도로 위를 넘어 우리 사회 곳곳의 안전을 책임지는 기술 표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민국이 만든 이 기술이, 머지않아 전 세계 도로의 안전 기준을 다시 쓰게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