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현대모비스가 과거의 성공 방식이던 ‘백화점식 부품 경영’과 결별을 선언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던 방식을 버리고, 미래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연 매출 2조 원에 달하는 차량용 램프 사업의 매각이다. 단순히 적자 사업을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고 확보된 자원을 미래 기술에 집중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佛 OP모빌리티와 ‘빅딜’, 상반기 본계약 목표

현대모비스는 지난 1월 27일, 프랑스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OP모빌리티(OP Mobility)’와 램프 사업 부문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아직 최종 도장을 찍은 단계는 아니다. 양사는 현재 구체적인 매각 금액과 조건 등을 조율 중이며, 현대모비스는 올해 상반기 중 본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협상이 계획대로 마무리된다면 현대모비스의 주력 사업 중 하나였던 램프 부문은 연내 OP모빌리티 산하로 편입된다. OP모빌리티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 램프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려한 매출 뒤 ‘저수익의 늪’

업계 일각에서는 “연간 2조 원을 벌어들이는 알짜 사업을 왜 파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실제로 램프 사업은 현대모비스 전체 부품 매출의 약 16%를 차지할 정도로 외형이 크다.
그러나 현대모비스의 셈법은 달랐다. 램프 시장은 이미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기술 평준화로 인해 ‘레드오션’으로 변한 지 오래다. 매출 규모(Top-line)는 유지될지 몰라도, 실질적으로 남는 이익(Bottom-line)은 갈수록 줄어드는 구조다.
결국 현대모비스는 수익성이 둔화된 사업을 안고 가며 리소스를 낭비하기보다, 과감한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있는 수익 구조로의 전환을 택한 셈이다.
매각 대금, ‘소프트웨어’와 ‘전동화’에 올인

현대모비스가 램프 사업을 떼어내고 확보할 자금과 인력은 전적으로 ‘미래차’ 분야에 투입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전동화 전환, 자율주행, 그리고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구축이 그 대상이다. 이는 하드웨어 제조 중심의 부품사에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중심의 고부가가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번 매각은 현대모비스가 더 이상 모든 부품을 끌어안고 가는 ‘부품 백화점’이 아님을 시장에 공표한 사건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현대모비스의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