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수입 SUV 시장에서 ‘가성비’라는 단어는 대개 모순처럼 들린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면서 가격까지 저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피니티 QX60(1세대 후기형)은 그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다. 한때 6,000만 원대를 호가하던 이 육중한 7인승 SUV는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 2,000만 원 내외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브랜드 철수라는 악재가 소비자에게는 압도적인 가격 접근성이라는 축복으로 돌아온 셈이다.
인피니티는 닛산의 프리미엄 브랜드다. 도요타에 렉서스가 있다면 닛산에는 인피니티가 있다. 닛산이 수십 년간 다듬어온 엔진 내구성과 기술적 신뢰도를 바탕으로 프리미엄의 가치를 덧입힌 것이 바로 QX60이다. 화려한 엠블럼의 광택은 조금 바랬을지 모르나, 그 속에 흐르는 6기통 엔진의 정교함과 공간 설계의 미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QX60의 보닛 아래에는 닛산-인피니티의 자부심인 V6 3.5L 가솔린 엔진(VQ35DD)이 자리한다. 최고출력 269마력, 최대토크 34.3kg·m의 수치는 2톤에 달하는 거구를 매끄럽게 밀어붙이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근 유행하는 4기통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이 줄 수 없는 6기통 특유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과 정숙성은 이 차가 태생적으로 럭셔리 SUV였음을 증명한다.
고속도로 크루징 시 노면 소음과 엔진 소음을 억제하는 능력은 동급 국산 SUV를 상회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신경질적인 소음 대신 묵직한 엔진음이 실내를 채운다. 넉넉한 배기량에서 오는 여유로운 출력 전개는 장거리 가족 여행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핵심 요소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공간의 안락함을 중시하는 프리미엄 SUV의 본질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QX60을 패밀리카의 정점으로 만드는 것은 ‘이지 엔트리(Easy Entry)’ 시트 메커니즘이다. 보통의 7인승 SUV는 2열에 카시트를 장착하면 3열 승객의 승하차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QX60은 카시트를 제거하지 않고도 2열 시트를 앞으로 기울이고 밀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다둥이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는 그 어떤 첨단 사양보다 실질적인 혜택으로 다가온다.
공간의 크기 또한 압도적이다. 5m에 달하는 전장 덕분에 3열 좌석도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고 성인이 단거리 이동을 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제공한다.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었을 때 나타나는 2,166리터의 광활한 적재 공간은 별도의 평탄화 작업 없이도 완벽한 차박 환경을 조성한다.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을 유연하게 변형할 수 있다는 점은 QX60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QX60 중고 영입을 위해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것이 CVT(무단변속기)와 정비 네트워크다. 닛산 계열의 CVT는 부드러운 주행감을 주지만 열 관리에 민감하다. 제조사의 무교환 매뉴얼과 달리, 실제 오너들 사이에서는 5만~6만km 주기마다 미션 오일을 교체하는 것이 필수 관리 공식으로 통한다. 구매 전 이전 차주의 미션 관리 이력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원의 수리비를 아낄 수 있다.

브랜드 철수로 인한 서비스 센터의 부재 또한 현실적인 제약이다. 공식 서비스 네트워크는 대폭 축소되었으나, 다행히 닛산-인피니티의 주요 소모품은 사설 전문 정비소나 해외 직구를 통해 여전히 원활하게 수급되고 있다. “정비가 불편해진 만큼 차값이 싸졌다”는 시장의 논리를 이해하고, 신뢰할 만한 전담 정비소를 미리 확보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 QX60은 2,000만 원대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럭셔리 7인승 SUV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