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9 02:11 (일)

“7천만원에 산 오너들 분통”… 5년만에 2천만원 초반대로 감가된 재규어 뉴 XE

정지민 에디터 | 2026-01-15
중고차 약 5분 소요

브랜드 전략 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감가가 만들어낸 가성비
중고차 시장에서 2000만원 초반대로 구입 가능한 재규어 XE
재규어 뉴XE
사진=재규어 홈페이지 / 재규어 뉴 XE (페이스리프트)

[카티클/정지민 에디터] 독일 브랜드들이 꽉 잡고 있는 프리미엄 콤팩트 세단 시장에서 재규어 XE는 꽤 괜찮은 선택지였다. 2020년 당시 신차 가격은 상위 트림 기준으로 7,700만 원 선을 형성했다. 영국 특유의 선이 고운 디자인과 탄탄한 주행 감각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차였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 차의 위치는 조금 묘하다. 중고차 시장에서 2,000만 원대면 충분히 손에 넣을 수 있는 가격표가 붙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격 하락은 차가 나빠서라기보다 브랜드의 사정에서 비롯됐다. 재규어코리아가 럭셔리 SUV 브랜드로 체질 개선을 선언하며 XE 같은 세단 라인업을 단종시켰다. 신차 판매가 멈추고 서비스 네트워크에 대한 걱정이 시장에 반영되자 시세가 30%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덕분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감성을 아반떼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의외의 기회가 열렸다.

"7천만원에 산 오너들 분통"... 5년만에 2천만원 초반대로 감가된 재규어 뉴 XE 1
사진=재규어 홈페이지 / 재규어 뉴 XE (페이스리프트)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XE의 인상은 한층 깔끔해졌다. 이전의 다소 투박했던 헤드램프는 얇은 LED 라인으로 바뀌면서 요즘 차다운 세련미를 풍긴다. 도로 위에서 느껴지는 시각적인 만족감은 여전히 현역 모델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특히 실내로 들어오면 상급 모델인 레인지로버 벨라와 공유하는 터치 프로 듀오 시스템이 눈길을 끈다. 두 개의 스크린으로 나뉜 센터페시아는 물리 버튼을 줄여 정갈한 분위기를 낸다.

실내 마감도 꼼꼼하게 챙겼다. 손이 자주 가는 곳곳을 부드러운 가죽으로 감싸 독일 세단의 무미건조한 느낌과는 다른 안락함을 준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아니지만 후륜구동 특유의 낮은 자세와 운전자를 감싸는 콕핏 구조는 이 차가 달리는 즐거움에 집중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개인의 취향을 담아내는 공간으로서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7천만원에 산 오너들 분통"... 5년만에 2천만원 초반대로 감가된 재규어 뉴 XE 2
사진=재규어 홈페이지 / 재규어 뉴 XE (페이스리프트)

성능 면에서 P300 모델은 수치 이상의 만족감을 준다. 2.0리터 가솔린 엔진은 300마력을 내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초가 걸리지 않는 가속 성능을 보여준다. 여기에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이 더해져 코너를 돌거나 비가 오는 도로에서도 든든한 접지력을 유지한다. 알루미늄 비중을 높인 가벼운 차체 덕분에 핸들을 돌릴 때의 반응도 민첩하고 솔직하다.

사실 일상 주행에서 300마력을 다 쓸 일은 드물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추월이 필요하거나 오르막길을 오를 때 느껴지는 힘의 여유는 운전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중요한 요소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차체가 매끄럽게 나가는 감각은 이 차가 가진 본연의 실력이다. 주말에 한가로운 교외 도로를 달리는 취미를 가진 이들이라면 이 가격대에서 찾기 힘든 주행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7천만원에 산 오너들 분통"... 5년만에 2천만원 초반대로 감가된 재규어 뉴 XE 3
사진=재규어 홈페이지 / 재규어 뉴 XE (페이스리프트)

중고로 재규어를 고민한다면 화려해진 전자장비의 상태를 꼼꼼히 봐야 한다. XE에 들어간 듀얼 스크린과 터치식 공조 장치는 보기엔 좋지만 고장이 나면 수리 비용이 꽤 들어간다. 구매 전 화면의 반응 속도나 터치 인식이 잘 되는지, 에어컨 작동 시 불필요한 소음은 없는지 직접 눌러보며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다. 보증 기간이 끝난 수입차는 부품값이 비싸다는 점도 미리 인지할 필요가 있다.

차를 구입하기 전 집 근처의 인프라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좋다. 공식 센터의 접근성이 낮아진 만큼 재규어 전용 진단기를 갖춘 실력 있는 사설 정비소를 한 곳쯤 알아두는 것이 좋다. 수입차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고 소모품을 직접 구매하는 등의 노력을 조금만 보탠다면, 유지비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다. 약간의 공부와 관심이 필요한 선택인 셈이다.

"7천만원에 산 오너들 분통"... 5년만에 2천만원 초반대로 감가된 재규어 뉴 XE 4
사진=재규어 홈페이지 / 재규어 뉴 XE (페이스리프트)

재규어 XE는 모두를 위한 정답은 아니다. 브랜드의 미래에 대한 우려도 있고 감가상각이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는 불리한 차일지 모른다. 하지만 남들과 똑같은 선택지에서 벗어나 나만의 멋과 주행 성능을 합리적인 가격에 누리고 싶은 이들에게는 꽤나 매력적인 대안이다. 국산 준중형차를 살 돈으로 300마력의 영국산 세단을 소유하는 경험은, 리스크를 감수할 만큼 충분히 흥미로운 선택이 될 수 있다.

정지민 에디터
withwalk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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