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자동차는 누군가에게 부의 과시 수단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철학을 투영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세계 최대의 이커머스 제국 아마존(Amazon)의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에게 자동차는 후자에 가까웠다. 자산 가치가 수십 조 원에 달하며 세계적인 부호의 반열에 올랐던 1990년대 후반, 그가 매일 운전대를 잡았던 차는 화려한 슈퍼카가 아닌 낡은 ‘1997년식 혼다 어코드’였다.
부의 상징 대신 ‘도구의 본질’을 선택하다

1999년, 아마존이 상장된 후 베이조스의 자산은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당시 한 TV 인터뷰어는 그가 여전히 낡은 혼다 어코드를 직접 운전하는 것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질문을 던졌다. “이제 충분한 부를 거머쥐었는데, 왜 이런 차를 계속 타는 것입니까?”
베이조스의 답변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이 차는 아주 훌륭한 차일 뿐입니다(It’s a perfectly good car).”
그에게 자동차란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안전하게 이동한다’는 도구적 본질에 충실하면 그만인 물건이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지위에 맞춰 자동차를 바꾸는 행위는 그에게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에 불과했다. 그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외형보다, 자신이 현재 어디로 가고 있는지라는 ‘목적지’에 더 집중하고 있었던 것이다.
‘Day 1’ 정신, 고객 가치를 향한 지독한 절제

베이조스가 낡은 어코드를 고집한 배경에는 아마존의 핵심 가치인 ‘근검절약(Frugality)’과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에는 초창기 돈이 부족해 문짝을 떼어 책상을 만들었던 ‘도어 데스크(Door Desk)’ 전통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고객에게 가치를 돌려주는 것과 무관한 지출은 단 1달러라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상징이다.
리더가 낡은 혼다 어코드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은 전 직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회사의 자원은 임직원의 사치나 복지가 아닌, 오직 고객을 위한 서비스 혁신과 가격 인하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자 약속이었던 셈이다. 베이조스에게 어코드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매일 아침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Day 1’ 정신의 물리적 구현체였다.
목적지를 향한 흔들림 없는 태도

세월이 흘러 지금의 제프 베이조스는 초호화 요트와 개인용 제트기를 소유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가장 강렬한 모습은 여전히 97년식 혼다 어코드의 운전석에 앉아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이다.
성공한 이들의 자동차 선택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베이조스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운전대를 잡고 있는가? 자동차가 주는 안락함과 과시욕에 매몰되어, 정작 내가 도달하고자 했던 본질적인 목적지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베이조스의 낡은 어코드는 말한다. 진정한 승부사는 도로 위에서 무엇을 타느냐가 아니라, 그 차를 타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로 자신을 증명한다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