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7-19 01:02 (일)

40년 전 기아의 실수 ‘프라이드’… 전기차로 다시 돌아오나

정지민 에디터 | 2026-01-17
자동차이슈 약 4분 소요

40년 전 '기아가 실수로 잘 만든 그 차
프라이드, 전기차로 돌아오다
기아 프라이드 EV
사진=기아차 홈페이지 / 프라이드EV

[카티클/정지민 에디터] 1987년 삼월, 세상에 처음 나왔던 그 작고 야무진 녀석을 다들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거다. 이름부터 당당했던 ‘프라이드’. 사회초년생 딱지를 달고 처음으로 내 차 마련의 꿈을 꿨을 때, 우리 곁을 지켰던 건 언제나 이 녀석이었다.

그 시절 프라이드는 말 그대로 ‘기아의 실수’였다. 마쓰다가 설계하고 포드가 팔고 기아가 만들었는데, 이게 어찌나 단단했는지 도무지 고장이 나질 않았다. 기아가 차를 너무 튼튼하게 만드는 바람에 다음 차가 안 팔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전국적으로 돌았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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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차 홈페이지 / 프라이드EV

파워 핸들이 없어 주차할 때마다 팔뚝에 힘줄 좀 세워야 했고, 언덕길에선 에어컨을 잠시 꺼야 숨통이 트였지만, 그래도 그 녀석은 우리를 어디든 데려다주던 든든한 동반자였다.

그런 프라이드가 4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영국에서 다시 나타났다. 이제 기름 냄새는 깨끗이 지우고, 조용한 전기 모터를 달아 ‘프라이드 EV’라는 이름으로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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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차 홈페이지 / 프라이드EV

영국 기아 법인이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2024년에 딱 한 대를 제작했다. 옛날 그 12인치짜리 조그만 바퀴에 투박한 껍데기는 그대로지만, 그 안을 채운 기술력은 완전히 딴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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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차 홈페이지 / 프라이드EV

가장 놀라운 변화는 역시 힘이다. 우리 기억 속 프라이드는 겨우 60마력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 전기 프라이드는 무려 107마력을 뿜어낸다. 치고 나가는 힘인 토크는 예전보다 두 배나 세졌다. 0에서 100km까지 달리는 데 8초면 충분하니, 이제 가파른 언덕길에서 맥을 못 추던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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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차 홈페이지 / 프라이드EV

요즘 나오는 전기차는 심심해서 못 타겠다는 동년배들이 많다. 하지만 이 녀석은 그 갈증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5단 수동 변속기를 그대로 유지했다. 왼발로 클러치를 꾹 밟고, 오른손으로 기어를 착착 넣어가며 달렸던 그 시절의 묵직한 손맛을 몸이 먼저 반응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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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차 홈페이지 / 프라이드EV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욱 정겹다. 요즘 애들 차처럼 눈부신 화면은 없지만, 바늘이 움직이는 아날로그 계기판이 우리를 반긴다. 시트에는 요즘 기아 전기차에 쓰인다는 라임색 선을 넣어 슬쩍 멋을 부렸는데, 그 모습이 마치 은퇴 후 등산복을 챙겨 입은 우리네 모습과 닮아 괜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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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기아차 홈페이지 / 프라이드EV

아쉽게도 이 차를 우리가 직접 소유할 기회는 없다. 영국에서 이벤트용으로 단 한 대만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 청춘의 상징이었던 프라이드가 여전히 전 세계인의 기억 속에 살아남아 이렇게 멋지게 부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한구석이 뜨거워지기에 충분하다.

누군가는 구식이라 부를지 모르나, 우리에겐 인생의 첫 페이지를 함께 쓴 자부심이었다. 비록 엔진 소리는 사라졌어도, 이 프라이드 EV는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당신의 청춘도, 그 시절 프리이드도 아직은 현역이다”

정지민 에디터
withwalkc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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