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3년 만에 6,000만 원이 증발했다. 누군가에겐 뼈아픈 손실이다. 하지만 중고차 쇼핑객에겐 축제다. 신차가 9,500만 원을 호가하던 ‘미국식 호화 요트’가 이제 3,000만 원 중반대까지 내려왔다.
쏘나타 풀옵션 가격이면 충분하다. 국민차 가격으로 링컨의 기함을 소유한다는 건 분명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 브랜드, 이 가격에 정말 덥석 물어도 괜찮을까? 그 이면을 파헤쳐 보자.
겉모습은 ‘베이비 네비게이터’, 속은 ‘퍼스트 클래스’

디자인은 압도적이다. 거대한 그릴과 우아한 라인이 시선을 끈다. ‘베이비 네비게이터’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만큼은 독일차 부럽지 않다.
실내는 더 극적이다. 30방향으로 조절되는 ‘퍼펙트 포지션 시트’가 반긴다. 내 몸의 미세한 곡곡까지 정확히 기억한다. 가죽의 질감과 마감도 훌륭하다.
럭셔리 SUV의 본질에 충실하다. 시각적, 촉각적 만족도는 최고 수준이다. 이 가격대에 이 정도 호사를 누릴 수 있는 차는 드물다. 미국식 프리미엄의 정수를 보여준다.
V6 트윈 터보의 질주, 그리고 주유소와의 우정

달리기 성능은 호쾌하다. 400마력이 넘는 힘은 이 거구를 가뿐히 밀어낸다. 고속도로 크루징은 비단결 같다. 에어 서스펜션이 노면의 충격을 매끄럽게 걸러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공인 연비 8km/L대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시내 주행에 들어서면 연료 게이지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발끝에 힘을 줄 때마다 지갑이 가벼워진다.
기름값만 문제가 아니다. 미국차 특유의 둔중한 움직임은 감안해야 한다. 코너링에서 민첩함을 기대하긴 어렵다. 광활한 대륙을 일직선으로 달리는 데 최적화된 세팅이다.
화려한 편의사양이 발목을 잡는 순간

’30Way 시트’와 ‘고스트 클로징’은 이 차의 자랑이다. 하지만 중고차 시장에서는 시한폭탄과 같다. 조절 모터가 워낙 많아 미세 고장이 잦다. 수리비는 상상을 초월한다.
도어 래치 모듈도 악명이 높다. 겨울철 고스트 클로징이 작동하지 않는 건 예삿일이다. 전자식 도어 핸들도 가끔 먹통이 된다. 화려한 전자장비가 노후화될수록 차주의 스트레스는 커진다.
미국차의 고질적인 낮은 잔존 가치는 이유가 있다. 사악한 부품값과 정비 편의성이 발목을 잡는다. 보증이 끝난 링컨은 용기 있는 자만의 전유물이다. 중고 구입 전 철저한 검수는 필수다.
링컨 에비에이터, 누가타면 좋을까?

통장에 ‘수리비 예비비’ 500만 원쯤은 상시 대기 중인 분. 기름값보다 하차감과 승차감을 중시하는 분. 이런 분들에겐 3,600만 원으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다. 가성비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반면, 한 번의 경고등에 가슴이 철렁할 실용파라면 뒤도 돌아보지 말자. 기름값 계산기를 두드리는 순간 스트레스만 쌓인다. 차라리 그 돈으로 신형 쏘나타를 사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