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이 돈이면 차라리 중국에 가서 차를 사 오고 싶다”는 뼈 섞인 농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국산 중형 세단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풀옵션 가격이 4천만 원을 목전에 둔 시대에, 바다 건너 중국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가성비 세단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볼보의 기술력을 흡수한 지리자동차의 고급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가 내놓은 플래그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세단 ’10 EM-P’가 있다.
이 차량은 럭셔리 대형 세단에 육박하는 크기와 괴물 같은 성능을 지녔음에도, 중국 현지 시작 가격이 약 19만 2천 위안(한화 약 3,700만 원)에 불과하다. 한국 시장에서 준대형 하이브리드 세단이나 프리미엄 브랜드의 엔트리 모델조차 구매하기 벅찬 금액으로 최상위 플래그십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충격적인 결과물이다.
제네시스 G80과 판박이 체급, 가격은 반값

링크앤코 10 EM-P의 외관을 마주하면 가장 먼저 그 웅장한 덩치에 압도된다. 전장 5,050mm, 전폭 1,966mm, 전고 1,487mm의 크기는 도로 위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실내 공간의 척도가 되는 휠베이스는 무려 3,005mm에 달해, 한국의 대표 프리미엄 세단인 제네시스 G80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수준이다.
이 거대한 차체를 가졌음에도 가격표는 국산 대중 브랜드의 중형 세단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제네시스 G80을 구매하려면 최소 5천만 원 후반에서 6천만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10 EM-P는 그 절반에 가까운 가격으로 비슷한 거주성과 럭셔리함을 제공한다. 원가 절감이 아닌,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식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낸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다.
볼보 DNA 품은 523마력의 맹수, 연비마저 잡았다

보닛 아래 숨겨진 파워트레인은 이 차의 진정한 백미다. 볼보와 함께 개발한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녹아든 1.5리터 터보 엔진과 고성능 듀얼 모터가 결합해, 합산 최고출력 390kW(약 523마력)라는 슈퍼카급 성능을 발휘한다. 거구의 차체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밀어붙이는 데 단 5초 남짓이면 충분할 정도로 역동적인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놀라운 점은 이런 폭발적인 성능을 내면서도 효율성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거대한 배터리와 진보된 전동화 기술 덕분에 복합 연비는 23.8km/L 수준에 달하며, 연료를 가득 채우고 배터리를 완충하면 무려 1,4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거리를 주유소 방문 없이 달릴 수 있는 괴물 같은 효율성이다.
마이바흐 부럽지 않은 라운지 시트와 자율주행

실내로 들어서면 3천만 원대 자동차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운 라운지가 펼쳐진다. 최상급 가죽으로 마감된 럭셔리 라운지 시트는 항공기 일등석을 연상케 하며, 뒷좌석 승객을 위한 마사지 기능과 소형 냉장고까지 탑재되어 있다. 이는 벤츠 마이바흐 같은 초호화 플래그십 세단에서나 구경할 수 있었던 사양이다.
첨단 기술의 집약도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율주행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Nvidia)의 최신 ‘드라이브 토르(Drive Thor)’ 칩셋과 루프형 라이다(LiDAR) 센서가 기본 탑재되었다. 이를 통해 고속도로는 물론 복잡한 도심에서도 레벨 3 수준의 정교한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든 면에서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한국엔 왜 이런 ‘가성비 세단’이 없을까

링크앤코 10 EM-P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선에는 부러움과 씁쓸함이 교차한다. 한국 자동차 시장은 독과점에 가까운 구조 속에서 매년 신차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차량 가격이 비싸진 만큼 좋아졌다”는 제조사의 항변이 무색하게, 소비자들은 점차 제한된 예산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질 우려와 안전성 논란이 완전히 불식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볼보의 뼈대를 빌려오던 과거를 지나, 이제는 스스로 글로벌 기준을 뛰어넘는 하드웨어와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는 중국차의 발전 속도는 섬뜩할 정도다. 국산차의 그늘에 가려 수입이 제한적인 한국 시장의 갈라파고스화가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만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때다.

언제까지 “그래도 정비 편하고 무난한 국산차가 최고”라는 위안 속에 갇혀 있을 수는 없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혁신적인 3천만 원대 플래그십의 등장은 한국 자동차 산업에 울리는 강력한 경고장이다. 국내 제조사들 역시 안방의 단맛에 취해있지 말고, 가격과 기술 모두에서 소비자를 납득시킬 수 있는 진정한 ‘가성비와 혁신’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