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1억 원을 훌쩍 넘던 이탈리아 하이엔드 럭셔리 SUV가 불과 3년 만에 국산 중형 SUV 가격으로 떨어졌다. 2022년 12월에 출고된 마세라티 르반떼 2.0 GT AWD 모델의 현재 중고차 시세는 5,740만 원에 불과하다.
신차 출고가가 약 1억 2,000만 원대였음을 감안하면 3년 만에 반값 이하로 폭락한 셈이다. 제네시스 GV70이나 신형 싼타페 풀옵션을 살 돈으로 ‘삼지창’ 엠블럼을 소유할 수 있게 된 이면에는 뼈아픈 시장의 평가가 숨어있다.
타협 없는 이탈리안 감성과 48V 하이브리드의 조화

마세라티 르반떼 2.0 GT AWD는 2.0L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을 결합했다. 최고출력 330마력을 발휘하며, 4기통 엔진임에도 브랜드 특유의 웅장한 배기음과 역동적인 주행 감성을 잃지 않았다.
날렵한 외관 디자인과 우아한 실내 가죽 마감 등 이탈리안 럭셔리 SUV만이 가진 독보적인 시각적 매력은 여전히 강력하다. 도로 위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만큼은 동급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포르쉐·BMW에 밀린 수요, 그리고 뼈아픈 감가율

중고차 시장에서 마세라티는 수입 럭셔리 SUV 중에서도 감가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경쟁 모델인 포르쉐 카이엔이나 BMW X5 대비 부족한 실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더딘 상품성 개선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망설이게 했다.
브랜드 특성상 수요층이 얇아 중고차 딜러들조차 매입을 꺼리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시장의 외면은 결국 중고차 시세 하락을 주도하는 가장 치명적인 원인이 되었다.
오너들을 괴롭히는 고질병과 정비 청구서

르반떼의 중고가 폭락 이면에는 악명 높은 정비 비용과 고질병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동호회 및 정비 업계에 따르면 엔진 부조로 인한 아이들링 불안정 현상과 조향장치인 스티어링 랙 소음이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꼽힌다.
특히 보증 기간인 3년이 끝나는 2022년 12월식 모델들의 경우 수리비 부담이 온전히 차주에게 돌아간다. 부족한 사설 정비 인프라와 값비싼 부품대는 중고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최대 진입장벽이다.

5천만 원대에 만나는 마세라티 르반떼는 양날의 검이다. 차량의 유려한 디자인과 하차감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수입차 전문 사설 정비망을 확보해 유지보수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수 있는 매니아라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면, 잔고장 없는 편안한 운행을 원하거나 정비소 방문 자체를 스트레스로 느끼는 실용주의 성향의 운전자라면 이 삼지창의 유혹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