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누구나 한 번쯤은 ‘레인지로버’라는 이름을 선망한다. 하지만 그 이름표에 붙은 억 단위의 가격표 앞에서는 대개 고개를 돌리기 마련이다. 여기 그 대안이 있다. 신차 가격 7,000만 원을 훌쩍 넘겼던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2세대가 이제는 아반떼 신차 가격인 2,700만 원 선까지 내려왔다. 누군가에게는 ‘고칠 게 많은 차’일지 모르지만, 디자인과 브랜드 가치를 중시하는 아빠들에게는 이만한 가성비 장난감이 또 없다.
2세대 이보크(L551)의 가장 큰 무기는 디자인이다. 상위 모델인 벨라의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이어받아, 멀리서 보면 차급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매끈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특히 이 급에서 보기 힘든 ‘플러시 도어 핸들(팝업식)’은 문을 열 때마다 이 차가 예사롭지 않은 프리미엄 SUV임을 상기시킨다. 좁은 골목이나 세차장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힘은 여전하다.
인테리어 역시 ‘영국식 럭셔리’의 정수다. 상하단으로 나뉜 듀얼 터치스크린 ‘터치 프로 듀오’는 물리 버튼을 최소화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소재의 고급감도 동급 경쟁 모델인 BMW X1이나 벤츠 GLA와는 궤를 달리한다. 2,000만 원대 중고차에서 이런 수준의 가죽 질감과 하이테크한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이득이다.

디자인만 바뀐 게 아니다. 2세대로 넘어오며 적용된 프리미엄 트랜스버스 아키텍처(PTA) 덕분에 차체 강성이 1세대보다 13% 향상되었다. 덕분에 랜드로버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부드러운 승차감이 살아났다. 도로 위 잔진동을 걸러내는 솜씨는 준중형 SUV 체급을 넘어선다. 노면 상황에 따라 구동력을 배분하는 터레인 리스폰스 2 시스템은 비나 눈이 오는 날에도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실내 거주성도 개선되었다. 휠베이스가 1세대보다 길어지면서 뒷좌석 무릎 공간에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트렁크 용량도 10%가량 늘어났다. 가족과 함께하는 주말 나들이용으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무엇보다 ‘랜드로버 중 가장 저렴하게 팝업식 도어 핸들을 가질 수 있는 차’라는 점은 자기만족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소구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낮은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시스템이다. 초기 모델에서 배터리 경고등이 점등되거나 시스템 오류로 시동이 꺼지는 증상이 보고된 바 있다. 구입 전 반드시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관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되었는지, 혹은 하드웨어 개선 조치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전자 장비의 ‘잔고장’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인 듀얼 스크린은 가끔 먹통이 되거나 반응이 느려지는 고질병이 있다. 공조기 조절부터 내비게이션까지 모든 기능을 직접 하나하나 눌러보며 오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인지니움 디젤 엔진을 선택할 경우, 타이밍 체인의 소음 유무를 면밀히 들어야 한다. “랜드로버는 원래 이렇게 타는 것”이라는 농담으로 넘기기엔 수리비의 무게가 가볍지 않기 때문이다.

이보크 2세대는 이성보다는 감성이 앞서는 차다. 유지보수가 편한 차를 원한다면 일본차나 국산차를 보는 게 맞다. 하지만 2,700만 원이라는 돈으로 ‘레인지로버’의 감성과 벨라를 닮은 외모를 소유할 수 있다는 건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철저한 사전 점검과 약간의 관리 비용을 감수할 준비가 된 아빠들에게, 이 차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하게 누릴 수 있는 ‘럭셔리 라이프’의 입장권이 되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