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신차 카탈로그를 펼칠 때마다 소비자는 피로감을 느낀다. 이른바 ‘시작 가격’은 미끼일 뿐, 필수 옵션을 몇 개 더하고 나면 예산을 훌쩍 뛰어넘기 일쑤다. 이 같은 복잡한 트림 쪼개기와 옵션 장난질에 지친 시장에 직구를 던진 모델이 등장했다.
소형 SUV 제왕의 딜레마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절대 강자는 단연 기아 셀토스다. 탄탄한 기본기와 무난한 디자인으로 오랜 기간 판매량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타이틀 이면에는 복잡한 가격 구조라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셀토스의 시작 가격은 2천만 원 초반대지만,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구매 가격은 이와 다르다. 상위 트림을 선택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내비게이션, 주행 보조 시스템 등 몇 가지 패키지를 추가하면 차량 가격은 순식간에 3천만 원을 돌파한다.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전형적인 옵션 구조다.
고민은 덜고 가성비는 더하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르노 아르카나의 승부수는 확실하다. 르노코리아는 연식 변경을 거치며 아르카나의 트림을 ‘아이코닉’ 단일 트림으로 과감하게 통폐합했다. 소비자가 머리 아프게 옵션 표를 들여다볼 필요 자체를 없앤 것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가격 경쟁력이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 핵심 주행 보조 장치와 선호 편의 사양을 모두 기본 적용하고도 1.6 GTe 모델 기준 2,640만 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표를 달았다. 웬만한 경쟁 모델의 중간 트림 가격으로 최상위 풀옵션 급의 차량을 손에 쥘 수 있다.
정통 박스형 vs 유려한 쿠페형

디자인과 제원을 비교해보면 두 차량의 지향점은 더욱 극명하게 갈린다. 셀토스는 전장 4,390mm의 정통 SUV 형태를 띠고 있다. 직선을 강조한 박스형 라인은 SUV 본연의 강인함을 강조하며 실용성을 앞세운다.
반면 아르카나는 매끄러운 지붕 선을 가진 유려한 쿠페형 SUV다. 특히 전장 4,570mm로 셀토스보다 무려 180mm나 길어 시각적인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스포티한 감각을 추구하면서도 SUV의 높은 시야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체급을 뛰어넘는 공간과 안전성

차량의 크기가 큰 만큼 실내 거주성에서도 우위를 점한다. 아르카나의 휠베이스는 2,720mm로 셀토스의 2,630mm보다 90mm 더 길다. 이는 곧 한 체급 위의 넉넉한 2열 레그룸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의미한다.
또한, 아르카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KNCAP)에서 1등급을 획득하며 탄탄한 기본기까지 입증했다. 넓은 공간과 검증된 안전성, 그리고 2천만 원 중반대의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져 ‘진짜 가성비’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복잡한 셈법을 강요하는 자동차 시장에서 단일 트림이라는 르노의 직구는 신선하다. 옵션 선택의 스트레스를 없애고 동급 최대 크기를 무기로 내세운 아르카나의 반격이 소형 SUV 시장의 철옹성을 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