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7인승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선택을 받는 세그먼트다. 선택지가 특정 브랜드에 집중된 상황에서, 최근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재편된 르노의 ‘신형 에스파스’는 미니밴의 혈통을 계승하면서도 SUV의 실용성을 결합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스파스는 과거의 전형적인 MPV(다목적 차량) 형태를 탈피하고 현대적인 SUV 디자인을 채택했다. 이는 단순한 외형 변화를 넘어, 도심 주행과 장거리 가족 여행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르노코리아가 선보인 그랑 콜레오스와 함께 르노의 최신 플랫폼을 공유하며 기술적 완성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효율적인 패키징으로 구현한 공간 활용성

신형 에스파스의 전장은 4,722mm로 이전 세대 미니밴 모델보다 140mm 줄어들었다. 수치상으로는 중형 SUV인 쏘렌토보다 소폭 작지만, 휠베이스를 효율적으로 확보해 실내 거주성은 유지했다. 이는 주차 공간이 협소한 국내 아파트 환경이나 좁은 골목길 주행 시 운전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는 실용적인 크기다.
실내 길이는 2,480mm를 확보해 3열 시트 구성에서도 답답함을 최소화했다. 기존 QM6가 가진 5인승의 한계를 넘어서는 동시에, 대형 SUV의 크기가 부담스러운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타협점을 제시한다. 2열 시트는 최대 220mm까지 앞뒤로 이동할 수 있어, 승객의 체격이나 적재물의 양에 따라 유연하게 공간을 배분할 수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르노의 ‘누벨 R’ 로고와 정교한 그릴 패턴을 적용해 세련된 인상을 준다. 과거의 짐차 이미지에서 벗어나 날렵한 헤드램프와 근육질 라인을 강조한 덕분에 도심형 SUV로서의 존재감이 뚜렷해졌다. 세대 변화를 통해 실용적인 미니밴의 DNA를 SUV라는 세련된 틀 안에 성공적으로 이식한 모습이다.
F1 기술력 기반의 E-Tech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핵심은 르노의 F1 기술 노하우가 반영된 E-Tech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1.2L 가솔린 터보 엔진과 2개의 전기 모터가 결합되어 합산 출력 200마력을 발휘한다. 단순히 수치상의 성능에 치중하기보다, 실용 영역에서의 가속 성능과 높은 효율성을 양립시키는 데 집중한 구성이다.
연비는 WLTP 기준 약 21.7km/L에 달해, 1회 주유로 최대 1,100km 주행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고도 남는 수준으로, 유가 변동에 민감한 패밀리카 사용자들에게 확실한 이득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정숙성과 높은 연비는 장거리 주행 시 피로도를 줄여주는 핵심 요소다.
주목할 만한 기능은 ‘4컨트롤 어드밴스드’로 불리는 후륜 조향 시스템이다. 뒷바퀴를 최대 5도까지 조향해 회전 반경을 소형차 수준인 10.4m로 줄여준다. 이는 차체가 긴 7인승 SUV가 유턴을 하거나 좁은 주차장에서 기동할 때 발생하는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주는 기술이다.
1.33m 길이의 글라스 루프

실내 공간의 만족도를 결정짓는 요소 중 하나는 개방감이다. 에스파스는 길이 1.33m, 너비 0.84m에 달하는 초대형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를 탑재했다. 별도의 가로 바가 없는 통유리 구조로 설계되어 1열부터 3열까지 모든 탑승객에게 시각적인 확장성을 제공하며, 장거리 여행 시 뒷좌석 자녀들의 답답함을 덜어준다.
운전석에는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2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오픈R 링크’ 시스템이 자리한다. 구글 빌트인 OS를 기반으로 하여 스마트폰과 유사한 직관적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며, 시스템 반응 속도 역시 준수하다. 주행 중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하고 제어할 수 있어 운전의 집중도를 높여준다.
수납과 적재 공간의 활용성도 꼼꼼히 챙겼다.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접을 경우 평탄화된 넓은 공간이 만들어져, 별도의 장비 없이도 간단한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가족의 일상적인 이동 수단을 넘어 주말 레저 활동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설계가 돋보인다.
르노 에스파스는 효율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후륜 조향 기술, 그리고 극대화된 개방감을 통해 7인승 SUV의 실용성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다만 2026년 현재까지 국내 정식 출시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미정’ 상태다.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춘 신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유럽 전용 모델인 에스파스의 도입은 여전히 신중한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만약 국내 시장에 등장한다면 쏘렌토와 싼타페가 주도하는 7인승 하이브리드 세그먼트에서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넓혀줄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