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르노코리아의 성장을 견인해 온 중형 SUV QM6와 중형 세단 SM6가 공식적으로 생산을 종료했다. 2016년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이후 약 9년 만의 퇴장이다. 두 모델은 합산 누적 판매량 41만 대를 기록하며 브랜드의 전성기를 이끈 핵심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단종은 단순한 모델 노후화에 따른 교체가 아니다.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기존의 라인업을 정리하고,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체질을 개선하려는 브랜드 전략의 일환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성비 패밀리카’의 빈자리는 새로운 전동화 모델들이 채우게 된다.
41만 대의 선택, ‘도넛 탱크’로 증명한 QM6의 실용성

QM6는 르노코리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SUV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25만 8,000대에 달한다. 특히 2019년에는 연간 4만 7,000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당시 치열했던 중형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나타냈다.
흥행의 핵심은 LPG 모델의 효율성에 있었다. 트렁크 바닥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연료 탱크를 배치하는 ‘도넛 탱크’ 기술은 적재 공간의 손해 없이 경제성을 확보하는 해결책이 되었다. 이는 주유비 부담을 낮추고 실용적인 공간을 원했던 가족 단위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이득으로 다가갔다.
공간 활용성 역시 준수했다. 휠베이스를 기반으로 설계된 실내 구조는 성인이 탑승하거나 짐을 싣기에 부족함이 없는 규격을 갖췄다. 차박이나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이 대중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별도의 복잡한 작업 없이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숫자로 확인된 세대교체의 필요성

세단 모델인 SM6 또한 디자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누적 15만 7,000대의 판매 기록을 남겼다. 출시 초기 감각적인 외관으로 주목받으며 중형 세단 시장의 대안으로 자리 잡았으나, 최근 SUV 중심으로 재편된 소비 흐름과 전동화 속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2025년의 판매 데이터는 시장의 냉정한 변화를 보여준다.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QM6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크게 하락한 3,488대에 그쳤으며, SM6는 1분기 전체 판매량이 130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11월 기준으로는 SM6의 월간 판매량이 한 자릿수(6대)를 기록하며 수요가 사실상 소멸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지표는 소비자의 관심이 이미 기존 내연기관 모델에서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으로 옮겨갔음을 의미한다. 르노코리아의 글로벌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하는 상황에서, 시장성이 떨어진 노후 모델의 단종과 신차 집중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랑 콜레오스의 안착과 르노코리아의 전동화 전환

QM6와 SM6의 빈자리는 신규 모델인 ‘그랑 콜레오스’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출시 후 약 1년 만에 5만 대 이상의 계약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판매 비중의 대다수가 ‘E-Tech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되어 있어,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이 시장에 안착했음을 입증했다.
생산 기지인 부산공장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하나의 라인에서 혼류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시장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향후 폴스타 4와 같은 고성능 전기차의 양산과 수출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브랜드의 비전은 단순한 판매량 회복을 넘어 글로벌 전략 거점으로 거듭나는 데 있다. 부산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유럽 등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되며 브랜드의 신뢰도를 높이는 구조다. 이번 단종은 구형 모델과의 작별인 동시에, ‘오로라 프로젝트’로 대표되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미래 라인업을 강화하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QM6와 SM6의 생산 종료는 르노코리아가 전동화 시대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9년 동안 소비자들에게 제공했던 실용성과 합리적인 가치는 이제 하이브리드와 전기차라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성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