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우리가 기억하는 그는 언제나 어수룩했다. 낡은 양복을 입고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 한마디 없이도 세상을 웃게 만들던 남자. 노란색 미니(Mini)를 몰며 도로 위를 휘저어 놓던 ‘미스터 빈’, 로완 앳킨슨이다. 하지만 화면 밖의 그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그는 옥스퍼드대 석사 출신의 엘리트이자, 누구보다 냉철하게 속도를 즐기는 지독한 자동차 마니아다. 그 열정의 정점에는 전설적인 슈퍼카, ‘맥라렌 F1’이 있었다.
사건은 2011년 영국의 한 도로에서 발생했다. 앳킨슨은 자신의 애마인 맥라렌 F1을 몰다 빗길에 미끄러져 가로수와 표지판을 들이받았다. 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반파되었고, 엔진은 차체에서 튕겨 나갔다. 사람들은 미스터 빈의 실수에 주목했지만, 정작 세상을 놀라게 한 건 사고 이후의 숫자였다. 수리비만 약 91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14억 원이 책정된 것이다. 이는 영국 보험 역사상 최고액 지급액으로 기록되며 세간의 입방아에 올랐다.

보통의 경우라면 폐차를 고민했을 법한 금액이다. 14억 원이면 웬만한 슈퍼카 서너 대를 새로 살 수 있는 거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앳킨슨의 선택은 단호했다. 그는 차를 폐기하는 대신 맥라렌 본사로 보내 ‘완전한 복원’을 명령했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인들의 손길을 거쳐 차는 다시 태어났다. 단순히 고친 것이 아니라, 사고 이전의 컨디션을 완벽하게 회복한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중은 그를 향해 “돈 낭비의 끝판왕”이라며 조롱 섞인 시선을 보냈다.

진짜 반전은 그로부터 몇 년 뒤에 일어났다. 2015년, 앳킨슨이 이 맥라렌 F1을 매물로 내놓자 시장은 요동쳤다. 두 번의 대형 사고 이력이 있는 ‘사고 차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낙찰가는 무려 130억 원에 달했다. 그가 처음 차를 샀던 가격보다 약 10배 이상 뛴 금액이었다. 14억 원의 수리비가 오히려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시장은 왜 사고 난 차에 이토록 열광했을까. 답은 ‘스토리’에 있다. 전 세계에 단 64대뿐인 희귀성에 ‘로완 앳킨슨’이라는 유명세,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14억 원을 들여 살아 돌아온 기적 같은 히스토리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집가들에게 이 차는 더 이상 단순한 기계가 아니었다. 흉터마저 훈장이 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전설이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