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의 주차장에는 그의 명성만큼이나 화려한 슈퍼카들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존재는 전 세계에 오직 499대만 한정 생산된 페라리의 하이퍼카, ‘라페라리(LaFerrari)’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자동차로 불리는 이 모델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소유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손흥민이 선택한 라페라리의 색상이다. 페라리를 상징하는 고유의 색상은 타오르는 듯한 정열의 ‘로쏘 코르사(Rosso Corsa)’, 즉 빨간색이다. 하지만 손흥민의 라페라리는 이 관습을 깨고 차분하면서도 묵직한 블랙 컬러를 입고 있다. 20억 원을 호가하는 하이퍼카를 구매하면서 브랜드의 상징색을 포기한 배경에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프로 축구 선수의 지독하리만치 섬세한 로열티가 숨어 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차, 라페라리

라페라리는 페라리 역사상 가장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슈퍼카로, F1 기술의 정수가 집약된 모델이다. 최고 출력 963마력, 최고 속도 350km/h 이상이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물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제로백)은 단 3초 미만이다. 단순히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공기역학적 설계와 조형미는 예술 작품의 경지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차량은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페라리 측에서 고객의 구매 이력과 브랜드 기여도를 까다롭게 심사하여 판매 대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손흥민이 라페라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글로벌 위상과 사회적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 자동차 수집가들이 가장 탐내는 이 한정판 모델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런던 시내에서 포착된 그의 검은색 라페라리는 질주하는 그라운드 위의 모습처럼 날카롭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매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북런던의 자부심, 라이벌의 색상은 허용되지 않는다

손흥민이 페라리의 상징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검은색을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다. 그가 몸담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와 북런던을 연고로 하는 숙명의 라이벌, 아스널 FC 때문이다. 아스널의 상징색은 빨간색이며, 토트넘 팬들에게 빨간색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금기’의 색이다. 손흥민은 자신의 팬들과 구단의 전통을 존중하기 위해 자신의 차에 라이벌의 색상을 입히지 않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프리미어리그의 라이벌 의식은 상상을 초월한다. 연고지 팬들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스타 플레이어의 사소한 행동 하나가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손흥민은 이러한 지역적 특수성과 팬들의 감정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비록 개인적인 취향이나 브랜드의 전통이 빨간색이라 할지라도, 토트넘의 리더로서 팬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선택은 처음부터 배제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영국 현지 매체와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았다.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로열티의 정석”이라는 평가와 함께, 손흥민이 왜 토트넘 팬들에게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자동차 색상 하나를 결정하는 순간에도 자신이 대표하는 팀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는 그가 축구를 잘하는 선수를 넘어 구단의 상징이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성공의 정점에서 보여주는 절제와 책임감

자동차는 소유자의 성격과 태도를 대변한다. 손흥민의 자동차 키워드는 ‘절제된 화려함’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차를 타면서도 요란하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차분한 블랙을 선택함으로써 묵직한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이는 경기장 밖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유지하려는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궤를 같이한다.
그의 블랙 라페라리는 단순한 재력의 과시가 아니다. 그것은 팬들에 대한 예의이자, 프로로서 지켜야 할 마지막 선을 사수하는 ‘품격’의 문제다. 자신의 취향보다 공동체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선택은, 오늘날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놓치기 쉬운 ‘진정한 프로페셔널리즘’이 무엇인지 일깨워준다.
성공의 정점에서 누리는 보상조차 타인에 대한 배려와 책임감으로 채우는 것, 이것이 손흥민이 자동차를 타는 방식이다. 검은색 수트를 입은 듯 매끄럽게 뻗은 차체 위로, 승리를 향한 집념과 팀을 향한 무한한 로열티가 겹쳐 보인다. 그의 주차장에 세워진 블랙 라페라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이며, 손흥민이라는 이름이 가진 진정성을 대변하고 있다.
손흥민의 자동차 철학은 화려한 엔진 소리보다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주변을 살피고 소속팀의 전통을 존중하는 그의 태도는, 우리가 왜 그의 질주에 열광하는지를 설명해 준다. 빨간색 페라리보다 더 빛나는 검은색 페라리. 그 운전석에 앉은 그는 오늘도 자신만의 속도로, 하지만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묵묵히 나아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