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자동차를 단순히 이동 수단으로만 본다면 이 차는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나만의 공간, 혹은 하나의 공예품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지금의 DS7 크로스백 중고 시세는 경이로운 수준이다. 한때 6,000만 원에 육박하던 프랑스산 프리미엄 SUV가 2,000만 원대라는 믿기 힘든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왔다. 이는 차량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브랜드 인지도라는 파도에 휩쓸린 결과다.
전통적인 독일식 프리미엄이 정교한 기계적 완성도에 집착할 때 DS는 다른 길을 택했다. 시동을 거는 순간 대시보드 상단에서 회전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B.R.M 아날로그 시계는 이 차의 정체성을 단번에 설명한다. 정교한 자수 공법이 들어간 나파 가죽 시트와 다이아몬드 패턴의 컨트롤 스위치는 마치 파리의 명품 편집숍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차감보다 탑승감, 즉 운전자가 머무는 시간의 질을 우선시하는 철학이 곳곳에 배어 있다.

승차감 또한 이 차를 선택해야 할 강력한 이유가 된다. DS 액티브 스캔 서스펜션은 전방 카메라로 노면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어 댐핑을 조절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의 부드러움은 동급 경쟁 모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안락함을 선사한다. 2.0 디젤 엔진은 폭발적인 가속력보다는 꾸준하고 묵직한 힘을 내며, 고속도로 주행 시 리터당 15km를 상회하는 실연비로 경제성까지 챙겼다. 장거리 여행이나 주말 가족 나들이에서 이보다 쾌적한 동반자를 찾기란 쉽지 않다.

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화려한 12.3인치 디스플레이의 그래픽 뒤에는 다소 느린 반응 속도와 불친절한 UI가 숨어 있다. 스마트폰의 빠른 속도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인내심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2024년 이후 브랜드의 한국 잠정 철수로 인해 서비스 네트워크가 좁아진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다. 특수 부품 고장 시 수리비가 높게 책정될 수 있다는 점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S7 크로스백의 가치는 2026년 현재 가장 극대화되어 있다. 해외에서는 2022년 페이스리프트를 거쳐 최근 차세대 모델인 N°7의 출시를 앞두고 있을 만큼 생명력이 여전한 모델이다. 국내 시장의 특수한 상황 덕분에 발생한 압도적인 감가율은 역설적으로 중고차 구매자에게 최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남들과 똑같은 선택지가 지겨운 이들에게, 준중형 가격으로 만나는 프랑스산 럭셔리는 그 자체로 매력적인 반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