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에는 출퇴근 거리와 연비, 유지비가 자동차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다. 대형 세단을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은퇴 이후에는 매일 장거리를 의무적으로 달릴 일이 크게 줄어든다.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바라보는 기준과 필요한 가치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넉넉하지 않은 예산 안에서도 편안함과 중후함을 누리고 싶은 50~60대 운전자들이 꽤 많다. 이들에게 제네시스 EQ900 중고차는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300만 원대라는 접근성 좋은 가격표가 그 이유를 확실하게 뒷받침한다.
제네시스 플래그십의 뼈대, G90의 진정한 시작

EQ900은 과거 현대자동차가 판매했던 단순한 대형 세단이 아니다. 현재 제네시스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최상위 플래그십, G90의 뼈대이자 진정한 시작점이다. 에쿠스의 단종 이후 제네시스 브랜드의 독립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한 기념비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제네시스는 2018년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을 선보이며 국내 차명 역시 글로벌 시장과 동일하게 G90으로 통일했다. 당시 공식 발표에서도 G90을 EQ900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명확히 규정했다. 즉, 이름과 디자인이 구형일 뿐 애초부터 브랜드 최고급 세단으로 개발된 차량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아반떼보다 저렴해진 몸값, 1억 원대 럭셔리의 감가

2016년형 EQ900 3.8 GDi 럭셔리 트림의 신차 출고 가격은 7,170만 원부터 시작했다. 상위 트림이나 롱휠베이스 모델의 경우 1억 원을 가볍게 넘어서는 고가의 차량이었다. 그러나 대형 세단 특유의 가파른 감가상각 덕분에 현재는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
현재 중고차 시장에서는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1,300만~1,700만 원대 매물이 다수 확인된다. 2018년형 3.3 터보 모델이 약 1,600만 원, 2016년형 3.8 AWD 모델이 1,650만~1,670만 원 수준에 등록되어 있다. 최신 준중형 신차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플래그십 특유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넉넉한 실내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V6 엔진의 묵직함, 기계적 완성도는 여전히 현역

기계적인 성능을 살펴보면 EQ900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기에 부족함이 없다. 대중적인 3.8 GDi 모델은 V6 3.8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탑재해 315마력을 발휘한다. 이외에도 3.3 터보는 370마력, 5.0 V8 모델은 425마력이라는 확고하고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후륜구동 플랫폼을 기반으로 8단 자동변속기를 맞물렸으며,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AWD)도 선택지로 제공했다. 최신형 G90처럼 화려한 대화면 디스플레이나 첨단 전자장비는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노면 소음을 억제하는 정숙성과 여유로운 가속감 등 럭셔리 세단의 기본기는 지금도 훌륭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름값 감당되나?” 주행거리 줄어든 은퇴자에겐 다른 공식

EQ900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단연 연비다. 3.8 2WD 18인치 타이어 장착 모델 기준 당시 공인 복합연비는 8.7km/L에 불과했다. 시내 주행 위주라면 실연비는 이보다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매일 왕복 수십 km를 주행하던 직장인 시절과 은퇴 후의 상황은 다르다. 장보기나 모임, 가끔의 여행 정도로 연간 주행거리가 크게 줄었다면 낮은 연비가 전체 유지비에 미치는 악영향도 상쇄된다. 다만, 연식이 오래된 대형차인 만큼 에어 서스펜션이나 전장 부품 등의 고장 사례가 오너 커뮤니티 등에서 종종 보고되므로, 구매 전 꼼꼼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EQ900은 결코 경제성에 초점을 맞춘 자동차가 아니며, 최신 기술로 무장한 트렌디한 신차도 아니다. 대신 충분한 감가상각 덕분에 1,300만 원 안팎의 예산으로 과거 제네시스 정점에 섰던 대형 세단의 승차감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출퇴근의 굴레에서 벗어나 주행거리가 많지 않은 은퇴 세대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구매를 고려해볼 만한 선택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