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도로 위에서 이 차를 보고 구형이라 말할 이는 드물다. 2016년 등장하며 볼보의 화려한 부활을 알린 2세대 XC90 이야기다. 당시 8,000만 원에서 1억 원을 훌쩍 넘기던 이 플래그십 SUV는 이제 3,000~4,000만 원대라는 현실적인 가격권 안으로 들어왔다. 신형과 똑 닮은 얼굴을 유지한 채, 가격표만 겸손해진 셈이다.
전기차 캐즘과 고물가가 맞물린 2026년의 자동차 시장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가장들에게 XC90 초기형은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다. 신차급 컨디션의 국산 SUV를 살 돈으로 스웨디시 럭셔리의 정점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물론, 그 이면에 숨겨진 ‘유럽차 유지비’라는 현실적인 계산서를 받아들 준비가 되었다면 말이다.

XC90의 최대 강점은 ‘타임리스(Timeless) 디자인’이다. 볼보는 2세대 출시 이후 외관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덕분에 2016년식 모델을 타고 호텔 발렛 파킹을 맡겨도 전혀 기죽을 일이 없다. 토르의 망치를 형상화한 헤드램프와 세로형 리어램프는 여전히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며, 이는 중고차 구매자에게 가장 큰 심리적 만족감을 주는 요소다.
실내 역시 북유럽 가구 특유의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질감이 그대로 남아있다. 천연 가죽과 실제 나무를 사용한 마감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유의 멋을 더한다. 3열까지 갖춘 넉넉한 공간은 캠핑이나 장거리 가족 여행에서 빛을 발한다. 굳이 최신형 모델의 디지털 계기판 그래픽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공간이 주는 본질적인 가치는 신형과 다를 바 없다.

볼보를 선택하는 이들의 1순위 고려 사항은 언제나 안전이다. XC90은 출시 당시 전 세계 충돌 테스트를 휩쓸며 ‘굴러다니는 요새’라는 별명을 얻었다. 초고장력 강판 활용 비중이 매우 높아, 연식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차체 강성만큼은 최신형 SUV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가족의 안전을 담보로 타협하고 싶지 않은 아빠들에게 이보다 확실한 명분은 없다.
주행 성능 또한 준수하다. 2.0리터 가솔린 및 디젤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육중한 차체를 매끄럽게 이끈다. 특히 파일럿 어시스트를 포함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이 초기형부터 기본 적용되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2026년 기준의 최신 자율주행 기술만큼 정교하진 않지만,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 시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낮아진 차값에 취해 잊지 말아야 할 대목은 수리비다. XC90 초기형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에어 서스펜션 주저앉음 현상은 구매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1순위 항목이다. 한 번 터지면 수백만 원이 깨지는 부품값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초기 ‘센서스(Sensus)’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느린 반응 속도와 잦은 오류는 성격 급한 한국 운전자에겐 상당한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볼보의 서비스 센터 공임과 부품 가격은 흔히 ‘독삼사(독일 3사)’보다 비싸다고 알려져 있다. 보증 기간이 끝난 중고차인 만큼, 사설 전문 수리점을 알아두는 것도 좋다. 엔진 오일이나 브레이크 패드 같은 소모품 관리비는 국산차의 2배 이상을 상정해야 한다. 결국, XC90을 중고로 들인다는 것은 차값을 아낀 만큼의 비용 일부를 ‘품격 있는 유지’를 위해 재투자하겠다는 다짐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