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지커(Zeekr) 007의 한국 상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압도적인 사양과 파격적인 가격을 무기로 현대차의 안마당을 정조준한다. 하지만 화려한 수치 이면에 숨겨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낙인은 여전히 견고하다. 한국 소비자가 과연 중국산 프리미엄 세단에 흔쾌히 지갑을 열지 의문이 남는다.
수치로 압도하는 기술력, 신뢰로 이어질까

지커 007이 내세운 스펙은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다. 15분 충전으로 610km를 달리고, 고성능 모델은 제로백 2.84초를 기록한다. 기술적 수치만 놓고 보면 테슬라나 현대차를 이미 한참 앞질렀다.
그러나 한국 시장에서 자동차는 단순한 기계 이상의 자산 가치를 지닌다.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 한국의 도로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아무리 충전 속도가 빨라도 국내 초급속 인프라와 호환되지 않는다면 그저 ‘숫자 놀음’에 불과하다.
‘그랜저급’ 공간이 주는 역설과 감성 품질

지커 007의 휠베이스는 2,928mm로 그랜저보다도 길다. 쏘나타 크기의 차체에서 대형 세단의 거주성을 뽑아낸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프리미엄 시장은 단순히 ‘넓은 공간’만으로 승부하는 곳이 아니다.
브랜드가 주는 사회적 위치와 소재의 정교함이 구매 결정의 핵심이다. 중국차 특유의 화려한 조명과 대형 디스플레이가 한국 소비자에게 세련미가 아닌 ‘과함’으로 비춰질 우려가 크다. 공간의 크기보다 그 공간을 채우는 감성 품질이 흥행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비스망과 잔존가치라는 넘기 힘든 벽

중국 현지 가격은 3,000만 원대지만 국내 도입 시 관세와 인증 비용이 추가된다. 보조금을 받더라도 국산 전기차와의 가격 격차는 예상보다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사후 서비스(AS)와 중고차 가격 방어다.
KCC오토 등과 손을 잡았으나 현대차의 촘촘한 서비스망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중국산 차량의 감가상각이 극심하다는 인식도 걸림돌이다. 초기 비용이 저렴해도 되팔 때의 손실을 생각하면 선뜻 손이 가기 어려운 선택지다.
신뢰는 스펙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지커 007은 하드웨어 측면에서 혁신적인 결과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눈높이를 가진 소비자가 모인 시장이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결국 지커 007의 성패는 압도적인 제로백이 아니라 장기적인 신뢰에 달려 있다. 1초 빠른 가속력보다 중요한 것은 10년을 타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확신이다. 한국인들의 마음속에 박힌 ‘메이드 인 차이나’의 장벽은 생각보다 훨씬 높고 단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