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클/정지민 에디터] 대한민국 미니밴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그동안 ‘기승전 카니발’로 귀결되던 뻔한 공식에 균열이 생겼다. 하이엔드 럭셔리 전기 미니밴 ‘지커(Zeekr) 009’가 2026년 국내 상륙을 예고하며 VIP와 CEO 아빠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약점 지웠다… 최대 900km 품은 슈퍼카급 MPV

지커 009는 순수 전기차(BEV)로서 기존 대형 전기차의 주행거리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116kWh 배터리 탑재 모델은 중국 CLTC 기준 약 702km를 달리며, 140kWh 모델은 최대 900km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밀도를 자랑한다. 깐깐한 한국 환경부 인증을 거치더라도 500~600km 수준의 넉넉한 실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성능은 슈퍼카를 방불케 한다. 사륜구동(AWD) 기준 합산 출력 789마력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9초에 불과하다. 여기에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적용해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단 11분대 급속 충전이 가능하다.
비행기 1등석을 도로 위로, 압도적 2열의 품격

공간의 여유는 프리미엄 미니밴의 핵심 경쟁력이다. 지커 009의 전장은 5,209mm, 전폭은 2,024mm에 달하며 차체의 뼈대 역할을 하는 휠베이스는 3,205mm다. 이는 기아 카니발보다 긴 수치로, 실내 거주성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해준다.
2열 공간은 말 그대로 도로 위의 항공기 일등석이다. ‘소파로(Sofaro)’라 불리는 최고급 나파 가죽 시트가 적용되었으며, 정교한 마사지 기능이 탑재되어 이동 중 피로를 덜어준다. 천장에는 15.6인치 대형 스크린과 퀄컴 스냅드래곤 8295 칩셋 기반의 시스템이 더해져 끊김 없는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한다.
볼보의 뼈대에 얹은 구름 위 승차감

뛰어난 성능과 공간을 뒷받침하는 것은 탄탄한 기본기다. 지커 009는 볼보의 럭셔리 전기 미니밴 EM90과 ‘SEA 플랫폼’을 공유한다. 볼보와의 기술 공유를 통해 차체 강성을 극대화했으며, 하단에 깔린 대용량 배터리를 보호하는 설계 역시 철저하게 강화되었다.
승차감 역시 플래그십 세단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전 트림에 에어 서스펜션과 연속 가변 댐핑(CDC) 시스템을 기본으로 적용했다. 거친 노면의 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며, 무거운 차체에도 불구하고 구름 위를 걷는 듯한 안락한 주행 질감을 완성했다.
알파드·카니발 하이리무진 수요 정조준

지커 009는 국내 시장에서 럭셔리 의전용 차량 수요를 정조준한다.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이나 토요타 알파드, 렉서스 LM이 장악한 시장에 ‘풀 전기차’라는 무기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가격은 관세 등을 고려할 때 기본형 1억 원 초반, 최고급 사양인 ‘그랜드’ 모델은 1억 원 후반대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지커 브랜드는 2026년 초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커 009는 지커 X와 함께 국내 출시 1순위 모델로 꼽히며, 해외에 공개된 2026년형(MY26) 최신 사양 그대로 수입될 확률이 높다. 기아 EV9이 유일했던 대형 전기차 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한 셈이다.
지커 009의 파괴력은 넉넉한 공간과 압도적인 퍼포먼스의 결합에서 나온다. 다만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티맵(TMAP) 등 한국형 인포테인먼트의 완벽한 이식이 필수적이다. 현지화 작업만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국내 하이엔드 미니밴 생태계를 뒤흔들 강력한 메기 역할을 할 것이다.







